‘공짜’국제전화 다이얼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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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국제전화도 공짜로…. 다이얼패드로 실리콘 밸리를 정복한 새롬기술이 국내 서비스도 시작했다.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절묘한 만남-. 미국에서 신용카드로 겨우 버티며 만들어낸 세계적 히트작 다이얼패드는 코스닥의 황제주로 자리잡은 새롬기술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세계 곳곳에서 투자제의를 받고 있는 새롬기술은 다이얼패드 서비스를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게 목표다. <편집자>

─2000년 인터넷 산업의 전망은?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가위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이 수십년 걸렸다면 인터넷 혁명은 엄청나게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고 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확한 방향은 시간이 좀 흘러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 추세를 보면 지금까지는 검색엔진과 콘텐츠 중심의 정보를 웹 페이지 형식으로 서비스하는 것에서 전자상거래가 추가되는 비즈니스가 주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디어들간 통합이 많이 이루어질 것이다. 즉 영화, 음악, TV, 전화 등의 매체들이 합치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탄생하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상거래 규모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새롬의 다이얼패드 사업도 이러한 차원에서 잠재력이 크다.”

─국내 인터넷 산업의 판도는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나?

“전체적으로 미국보다는 뒤지지만 성장속도는 세계 1등이다. 작년에 갑자기 인터넷 인구가 폭발하고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엄청난 사업기회들이 주어지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창업이 붐을 이루었다. 대부분은 외국의 비즈니스 모델들을 흉내낸 것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인프라와 그들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세하면 더 큰 붐을 이룰 것이다. 또한 야후, 라이코스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이들의 성공스토리에 위협을 느끼기보다는 거꾸로 우리도 단시간 안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클 수 있다는 진보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인터넷 대표주들의 주가는 적정하다고 보는지 또 새롬의 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보나?

“주가 상승도 좋지만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우리들의 도전정신이 주가상승에 가려진 것 같아 섭섭하다. IMF 위기를 맞아 기업의 생존이 위협을 받았고 개인의 신용카드까지 잡혀가며 버틴 끝에 다행히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이루어 냈다. 한국 벤처기업이 순수히 실리콘 밸리에 진출해 성공한 첫 케이스로 알고 있다. 현지 직원들도 거의 1년 동안 월급을 못받아가며 엄청난 고생을 했다. 이러한 도전과정은 뒤로 한 채 주가상승만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치는 않다. 향후 주가의 향방은 투자자들의 평가에 달려 있다.

다만 새롬은 국내 코스닥 주가와는 별도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의 평가가 주요 변수이다. 참고적으로 우리 회사와 유사한 사업형태를 가지고 있는 넷투폰이라는 회사는 50만명 정도의 회원에도 4조원에 이르는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새롬의 다이얼패드 서비스는 1월3일 현재 1백57만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미국에서만 8백만명에서 1천만명, 한국에서 3백만∼5백만명의 고객을 확보할 예정이다.”

─어떻게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이끌어 냈나?

“창업 때부터 세계진출을 꿈꾸어 왔다. 96년 국내 소프트웨어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서 미국으로의 진출을 감행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 웹서핑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던 중 대학 동창인 안현덕 박사와 같이 구체적인 사업구상에 들어갔다. 96년 8월에 원맨 오피스로 시작, 연구개발팀을 파견했다. 뚜렷한 사업목표가 있던 것은 아니었고 주위의 반대도 심했지만 엔지니어들이 시장의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에 밀어붙였다.

그러나 매달 5천만원의 운영자금도 IMF 경제위기로 보내기가 어려웠다. 한 번은 국내 임직원의 한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이 돈을 송금했는데 환율인상으로 현지 사무실 임대료 정도에 불과했다. 그 바람에 국내는 물론 해외 임직원들 모두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고의 과정을 통해 그 동안 축적해 온 Voice of IP 기술을 바탕으로 인터넷을 통한 무료 전화서비스 사업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에서의 반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반응이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투자제의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이들의 투자를 받아들이고 사업상 필요한 전략적 파트너의 투자를 유치하려 했으나 최근 투자유치 전략을 바꾸어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데 꼭 필요한 전략적 파트너의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략적 방향선회는 언제든지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브라우저의 넷스케이프, 검색엔진의 야후, 전자상거래의 아마존, 경매의 이베이에 이어 다이얼패드가 새로운 인터넷 스타가 되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소프트방크, 국내 대기업들의 인터넷 투자가 엄청날 것이다. 앞으로의 성장전략은?

“기본적으로 인터넷 산업에서 빅플레이어들의 M&A는 흔한 일이다. 작은 벤처기업들은 오히려 이를 활용해 더 커져야 한다. 새롬은 더 이상 작은 벤처의 입장은 아니고 그렇다고 아직 빅플레이어의 입장도 못 된다. 앞으로 다이얼패드 사업을 세계적으로 키우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주변 사업에도 전략적인 투자를 하고자 한다. 실천방안으로는 전체적인 경영시스템을 지주회사 구조로 가져 가고자 한다.

새롬기술 밑에 3개의 독립적인 지주회사들을 두어 국내 자회사 관리, 다이얼패드 관련 투자,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미국 현지에서의 투자 등을 맡길 예정이다. 그리고 철저한 분권화로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 사실 이러한 지주회사의 아이디어는 살아 남기 위한 생존전략 차원에서 개발됐다. IMF 위기 때 각자 알아서 살아 남자는 의도 아래 지주회사 밑에 여러 개의 독립 벤처들이 존재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다이얼패드 사업의 잠재력은?

“맥도날드 햄버거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프랜차이즈화할 계획이다. 현재 기술적으로 후발업체들보다 3개월 정도 앞서 있다. 인터넷에서의 3개월은 제조업의 3년에 비견될 정도이다. 무한대로 통화량을 소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다운로드 없이 웹페이지 상에서 처리가 가능한 점, 우수한 음질 등이 차별화 포인트다. 시장선점 효과가 매우 큰 분야인 만큼 기술우위와 브랜드 지명도를 가속적으로 키워나갈 것이다. 시장크기도 정보통신과 인터넷이 결합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다.”

─새롬기술을 어떤 기업으로 키우고 싶나?

“당분간 다이얼패드 사업을 세계적인 벤처스타로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창업 당시부터 설정한 네 가지 기업이념을 착실히 완성해 나가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첫째 풍요로운 회사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자금도 넉넉하고 일도 많으며 사원들도 부자가 되어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세계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로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셋째는 최고 기술의 회사가 되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기술투자를 해 왔고 지금은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넷째는 모범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 투명성과 사회적 기여도를 높이는 데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다.”

◇◆ 오상수 사장이 말하는 성공비결 ◆ ◇

①비전과 전략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돌파구가 된다.)

②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생각하라.
(주주와 임직원을 위해 회사를 발전시킨 후 자기 이익을 생각하라.)

③거둔 이익을 나누어라.

◇◆ 이장우 교수가 보는 성공비결 ◆ ◇

①명확한 기업목표와 이념을 조기에 제시함.
(경영 위기 때에도 글로벌화에 기술두자를 지속적으로 하게 하는 버팀목이 됨.)

②글로벌 경영활동을 조기에 수행함.
(실리콘 밸리 현지에서 기술과 시장의 흐름에 관한 원천적인 정보를 획득함.)

③위기극복 능역.
(경영위기에도 끝까지 버티는 의지와 단결력 그리고 스핀-아웃을 통해 생존확률을 높이는 지주회사 체제의 구축.)

전문가가 보는 새롬기술

인터넷 중심 지주회사로 급성장…다이얼패드 대안 마련해야

김동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새롬기술은 겉으론 팩스모뎀을 비롯, 컴퓨터 전송장치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롬커뮤니케이션, 새롬소프트, 새롬아이티, 신기전자 그리고 다이얼패드닷컴(Dialpad.com)
5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다. 새롬데이타맨으로 알려져 있던 새롬기술은 지난해 8월 코스닥 상장 뒤 황제주로 자리를 잡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여기에 미국 자회사인 다이얼패드가 10월부터 GTE와 연계,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미국에서 반향을 일으켜 더욱 유명해졌다.

새롬기술을 이해하려면 이런 전체 그림을 분석해야 한다. 오상수 사장은 새롬의 지주회사 형태가 애초부터 철저한 계획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제품이나 지역별로 나눠 각기 독립적으로 생존해 나가야 했던 현실에 대한 대응결과로 설명한다. 어쨌든 이제 새롬은 다이얼패드의 성공을 계기로 본격적인 인터넷 중심의 지주회사 형태로 나아가고 있으며 특히 초기적인 성공을 이룩한 한국의 중견 벤처기업들에 흥미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강하다

최근 새롬의 급속한 부각은 역시 미국 자회사인 다이얼패드의 성공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다이얼패드의 강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다이얼패드 최대 강점은 인터넷 사업의 성공요인 중 하나인 ‘선점우위(first mover advantage)
’이다. 작년 10월18일 GTE망을 통해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1월3일 현재 회원이 1백57만명을 돌파 중이다. 5일부터는 하나로통신과 제휴, 국내 서비스도 개시했다. 사실상 기존에 Net2Phone 등의 인터넷전화 업체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이얼패드는 ‘무료(free)
’라는 점을 최대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음으로써 선점우위를 창출한 것이다. 무료서비스로 가입자 수를 급속히 늘리고 그에 따른 광고수입을 확보함으로써 회선사용료를 지불하고 나머지는 수익으로 가져간다는 계산이다. 1백50만명 이상을 이미 돌파함으로써 초기적인 기반을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다이얼패드의 기술도 내재적인 차별화의 중요한 측면이다. 인터넷전화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H323 Protocol을 개선해 Split H323이라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해 냄으로써 동시에 훨씬 많은 통화를 소화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일시적인 과부하를 극복함은 물론 운영에 필요한 서버수를 대폭 줄임으로써 비용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H323은 메모리를 3Mb나 소모하는데 반해 Split H323은 2킬로bits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다이얼패드의 성공은 그것이 국내가 아니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여타 국내 성공벤처들과 대비된다. 물론 아이디어와 기술이 중요했지만 이 모든 것을 실행에 옮긴 새롬의 경영자, 즉 사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다이얼패드의 안현덕 사장은 미시간대학에서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한 유학생 출신으로 1996년에 새롬에 합류하면서 곧바로 현지법인을 맡았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에 연결시킨 것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경영자가 있음으로써 가능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측면이다. 나아가 그 기저에는 새롬기술의 의사결정체제가 자회사 분사체제를 기반으로 신속히 이루어진다는, 드러나지 않는 강점이 깔려 있다. 지역이든 제품이든 전문가인 자회사 사장의 의견이 충분히 활용된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은 고쳐라

새롬기술의 사업영역을 보면 이렇다 할 초점이 잡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의 다이얼패드 성공을 제외한다면 시장에 뚜렷이 각인될 만한 제품이 분명하지 않다. 93년 설립 이래 꾸준히 ‘컴퓨터 전송’이라는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오긴 했지만 팩스모뎀과 관련 소프트웨어 정도가 널리 알려진 정도이다. 물론 이제는 다이얼패드의 초기적 성공을 기반으로 인터넷 서비스로 방향은 잡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새롬기술의 특징적인 강점이 부각되는 쪽으로 구체화해 갈 것인가가 숙제이다. 예를 들어 다이얼패드 가입자를 활용해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만들고 나아가 이러한 관련 서비스와 사이트를 종합하는 포털로 새롬네트(Serome. net)
를 만드는 방향을 그려가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것이 날로 경쟁이 심해지고 차별화돼 가는 인터넷 시장에서 얼마나 독특한 모델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것인지 미지수이다. 오히려 다이얼패드라는 차별적인 서비스가 전체 그림속에 녹아들어가 버릴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다이얼패드 이외에 또 다른 대안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시사되는 점이기도 하다.

▶성장전망 밝다

다이얼패드와 관련된 인터넷 전화의 시장전망은 매우 밝게 예측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인터넷전화는 올해 작년 대비 4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2004년에는 총 1천3백40억 분(minutes)
의 통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광고수입으로 환산하면 2004년에 6억7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것이고 현재 시장 선도자로서의 다이얼패드 위치가 유지된다면 상당한 잠재 수익력이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새롬기술은 올해 안에 아시아와 유럽에 10개 정도의 국가에서 통신사업자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다이얼패드 사업을 개시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어 시장잠재력이 가시화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새롬기술의 전체적인 그림으로 볼 때에도 시장잠재력은 크다. 작년의 코스닥 열풍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인터넷 시장은 당분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될 수 있고 일단 다이얼패드라는 차별적인 서비스를 앞세운 새롬기술은 이를 기반으로 구상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걸림돌도…

역시 경쟁이 문제이다. 인터넷 전화의 잠재력은 오랫동안 논의돼 왔으나 다이얼패드의 성공은 시장의 매력도를 가시화시켜 주었다. 특히 미국 기반의 경쟁업체들의 동향이 주시된다. 기존의 경쟁업체로서 유료서비스를 제공하는 Net2Phone, WebPhone.com, deltathree.com 등과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는 Hotcaller service, Callrewards.com, Callmefree.com 등이 다이얼패드를 모방하거나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함은 자명하다. 유료업체에 대한 차별화 포인트 무료서비스는 그들 업체가 무료로 가겠다고 방향을 선회할 수 있을 것이고, 무료업체들은 다운로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다이얼패드의 기술적 편의성 등을 모방하고 더욱 차별적인 서비스 개발에 나설 것이다. 물론 인터넷사업에서 수개월의 격차는 매우 커다란 것이다. 그러나 다이얼패드의 급속한 성장은 역으로 경쟁업체에 대한 기회를 시사한다. 요컨대 여하히 야후나 아마존 등과 같은 견고한 위치를 확보하는가가 다이얼패드, 나아가 새롬기술의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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