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일 무재해'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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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독일계 기업인 한국바스프의 여수공장이 11일 현재 3202일째 무재해를 기록하고 있다. 1996년 8월 4일 이후 만 9년 가까이 한 건의 재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바스프 여수공장은 폴리우레탄 원료인 메틸렌디이소시아네이트(MDI) 등 화학원료를 생산하는 화학공장이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안전문화추진팀 이강웅 차장은 "화학공장은 매우 위험한 작업장에 속한다"며 "10년 가까운 무재해는 화학업종뿐 아니라 전 업종에서 최상위권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96년에 발생한 한 노동자의 죽음이 공장 직원들에게 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이성현(부사장) 공장장은 "96년 8월 3일 여수공장 내 폐수처리장에서 기계장치가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해 직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후로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해 지금까지 무재해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장은 "화학공장은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대형 작업장인 만큼 화상이나 폭발.추락사고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바스프 여수공장은 96년 사고 이후 '니어 미스(Near Miss) 제도' '카메라 리포트 제도' 등의 다양한 안전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니어 미스 제도란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가 날 뻔했던 경우를 전 직원들에게 알려 교훈으로 삼는 제도다. 카메라 리포트 제도는 직원들이 공장 안팎에 다니면서 위험한 현장이나 안전을 강화한 시설을 카메라로 찍어 직원 식당 등에 공개하는 방법이다.

이 공장장은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는 등 안전 의식을 높여 무재해 기록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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