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 2세, 사상 최단기간 복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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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일 고(故)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 미사가 열린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1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했을 당시 약 300만 명의 순례객이 바티칸을 찾은 이후 최다 인파다. 이 중 수만 명은 지난달 30일부터 광장 주변에서 밤을 보내며 시복을 축하했다. [바티칸 AP=연합뉴스]


2005년 4월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년)가 1일 복자(福子) 반열에 올랐다. 사후 6년1개월 만으로 가톨릭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복자에 추대됐다. 고 테레사 수녀의 사후 복자 추대보다 15일 앞섰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시복(諡福·복자 추대) 미사에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조국 폴란드에서 온 8만여 명 등 100만 명 이상의 가톨릭 신자가 모였다”고 전했다. 시복 미사는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시복식의 하이라이트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집전한 시복 미사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펠리페 스페인 왕세자 부부 등 87개국 지도자들이 모였다. 유럽연합(EU)으로부터 비자 발급 제한 제재를 받는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도 참석했다. 성베드로 성당에는 시복식이 진행된 3일간 제대 앞에 요한 바오로 2세의 유해가 안치되고 생전에 채취한 혈액이 공개됐다.

 성베드로 광장에서는 수만 명의 순례객이 지난달 30일 밤부터 광장 주변에서 침낭을 깔고 밤을 보냈다. 로마 교황청은 헬기와 30여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시복식을 촬영한 뒤 3D 입체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예정이다. 교황청은 시복식을 통해 성추문 스캔들로 추락한 가톨릭의 이미지가 회복되길 기대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78년부터 27년간 재위하며 종교 간 화해에 앞장섰다. 92년에는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명예를 359년 만에 회복시켜 줬다. 재위 중 482명을 성인(聖人)으로 추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을 축하합니다. 현재 교황청 시성성에서 심사 중인 ‘증거자 최양업 신부’와 ‘하느님의 종 124위’ 한국 순교자의 시복 절차에 대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각별한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는 축하 서한을 교황청에 보냈다.

남형석 기자  

◆시복=선종한 가톨릭 교인 중 거룩한 삶을 살아 공적인 공경을 받을 만하다고 인정받는 이에게 로마 교황청이 복자 칭호를 허가하는 것. 성인(聖人)으로 추대되는 전 단계다. 시복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이상의 기적을 행해야 한다.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을 인정받으면 시성(諡聖)을 통해 성인 반열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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