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부모·자녀 함께 참여한 과학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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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천과학관에선 지난 달 23일부터 이틀 간 가족과학축제가 열렸다. 축제운영위원회는 방문객수가 4만5000여명이라고 집계했다. 삼삼오오 자녀 손을 이끌고 과학체험을 하러 이곳을 찾은 부모들이 많았다. 화창하게 갠 봄 날씨에 과학체험까지 할 수 있어 봄 나들이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과학 공부하며 협동심도 길러

 24일 오전 11시 국립과천과학관 엔씨홀. 부모·자녀가 함께 가족단위로 참가 한 골드버그장치(단순한 일을 복잡한 기계적 절차를 거쳐 해결하는 기계)만들기 대회가 한창이었다. 이번 대회에선 골드버그장치로 카드 뒤집기, 촛불 끄기 등 중간과정 미션 5가지와 최종과제인 종 울리기를 수행해야 했다.

 “아빠 쇠 구슬이 굴러가는 힘으로 카드를 뒤집으면 어떨까?” 김민주(13)군의 아이디어에 김종일(45·부산 중동)씨가 “옳거니, 그렇게 해보자”라며 맞장구를 쳤다. 바로 옆에선 유선웅(13)군과 아버지 유순조(40·충남 보령시)씨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졌다. 중간 미션인 촛불 끄기를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유군이 반짝 아이디어를 냈다. “종이컵에 물을 채우고 작은 구멍을 뚫어 물이 조금씩 떨어지면 촛불이 꺼질 거야.” 어린 아들이 대견 했는지 유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유씨가족도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23개 참가 팀 모두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미션수행을 하느라 분주했다.

 참가 팀은 전국에서 모였다. 서울·경기뿐 아니라 부산·제주에서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올라온 가족도 있었다. 자매지간인 김미선(40)·김화선(37)씨는 자녀와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제주 조천읍에서 올라왔다. 수상 순위권에 들진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 대회장에선 제주도에서 과천까지 올라온 열의에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김미선씨는 “평소 과학에 관심을 갖던 아이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족 간 화합을 다질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지방에선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아요. 저렴하고 다양한 과학체험시설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축제 기간 동안 ‘지구를 생각한다’란 주제로 환경과학토론대회도 열렸다. 23일엔 초등자녀와 학부모가 2인 1팀이 돼 경기를 치렀다. 그 다음날엔 중·고등 학생들이 2인 1팀으로 토론대회를 진행했다. 가족토론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이정훈(40·서울 신정1동)씨와 이채린(13)양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친환경 유기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가족이 함께 해 토론문화도 익히고 과학적 호기심도 채울 수 있었다”고 효과를 말했다. 이씨 가족은 주말농장에서 친환경으로 식물을 재배할 계획이다. 이양에게 체험학습기회를 주면서 가족끼리 탐구토론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120여 개 체험관을 한 곳에 모아

 이틀 간 국립과천과학관 주변엔 120여 개의 과학체험학습관이 세워졌다. 용수철 자동차만들기, 우주 체험, 천연비누 만들기 등 생활 속 과학지식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관들이다. 교육기부 형태로 삼성전자·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기업·연구소들이 다수 참여했다. 한국표준연구원 황응준(54) 책임기술원은 “이런 과학축제가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열린다”며 “교육기부 형태의 체험시설 제공도 많이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창 중간고사 기간인데도 40여 개 중·고교 학생들이 교육기부에 동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재영(경기도 수원 숙지고 2)군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조건 없이 나눠 준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게 됐다”며 “앞으로 이런 기부활동을 더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등 5학년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봉길(44·경기도 파주시)씨는 “여러 주제의 체험관이 한곳에 집중돼 있어 짧은 시간에 다양한 과학체험을 할 수 있었다”며 “자녀와 함께 미리 체험코스를 짜고 사전학습으로 호기심을 유도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골드버그장치란=매우 복잡한 기기들을 얽히고 설키게 조합해 단순한 일을 처리하는 기계장치. 미국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1883~1970)가 처음 설계해 그의 이름을 땄다. 골드버그장치 만들기 대회는 제작돼 있는 기존 기계장치를 최대한 배제하고 주변 물건만으로 과제수행을 위한 기계장치를 만드는 대회다. 기계장치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창의력·협동심·문제해결력 등을 평가한다. 기계의 설계가 복잡하면서 과제수행의 정확도가 높을 때 좋은 평가를 받는다.

[사진설명] 가족과학축제에 참가한 한 가족이 함께 망원경 체험을 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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