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마케팅] 케이트 스페이드사

중앙일보

입력

패션잡지 마드모아젤의 액세서리 부문 편집장이었던 케이트 브로스넌은 1991년 돌연 사표를 내고 남편 앤디 스페이드와 '케이트 스페이드' (Kate Spade Inc)라는 가방 회사를 차렸다.

그동안 잡지 일을 하며 익혀 두었던 안목으로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 핸드백을 디자인해 팔기 시작한 것. 브로스넌은 처음에는 에어컨도 없는 아파트에서 직접 트레싱 페이퍼와 접착제를 들고 가방 본을 떴다.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싶으면 전화번호부를 뒤져가며 전문적으로 패턴을 떠주는 사람과 제조업자를 찾아 일을 맡겼다.

창업 7년 후 그녀가 만든 핸드백은 영화배우 기네스 펠트로도 애호하는 히트상품이 됐다.

'케이트 스페이드' 핸드백의 가장 큰 특징은 가방 형태가 쓰기 편하도록 고전적인 박스 스타일을 따르되 소재만큼은 색다르게 한다는 것이었다.

얼룩말의 줄무늬 가죽을 사용하는가 하면 코뚜레 모양의 장식을 쓰기도 했다.

공간이 넉넉하고 들고 다니기 편하지만 개성이 톡톡 튀다 보니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가방 겉에는 직접 서명까지 넣은 검정색 라벨을 붙였다.

브로스넌의 이같은 디자인 컨셉트는 고가 핸드백 시장을 뚫는 힘이 됐다. 가격은 1백25~5백 달러. 결코 싼 값이 아니지만 지난해 수만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케이트 스페이드의 1999년 매출액은 5천만달러. 97년 이후 계속 흑자만 내고 있다.

케이트 스페이드는 가방 사업을 발판으로 구두.레인코트.사무용품 부문으로 진출했다.

또 미국의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가 3천3백60만달러를 이 회사에 투자하는 등 브로스넌의 사업.디자인 감각을 믿는 투자가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