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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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인가 봐!”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조 추첨일, 김연아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주요 대회 때마다 아사다 마오 뒤나 앞에서 경기했는데 이번 쇼트에서도 아사다에 이어 마지막에 연기를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흔히 두 선수에 대해 “뗄래야 뗄 수 없는 경쟁 관계”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이렇게 표현해선 안 된다. ‘뗄래야’는 ‘떼다’의 어간 ‘떼-’에 ‘-ㄹ래야’가 붙은 구조인데, 이런 어미는 없다. ‘뗄려야 뗄 수 없는’처럼 ‘-ㄹ려야’를 붙이는 경우도 많지만 이 역시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으)ㄹ래야’ ‘-(으)ㄹ려야’는 버리고 ‘-(으)려야’만 표준말로 삼고 있으므로 모두 ‘떼려야 뗄 수 없는’으로 고쳐야 맞다.

 ‘-(으)려야’는 ‘-(으)려고 해야’가 줄어든 것으로, 주로 ‘할 수 없는’과 더불어 불가능의 뜻을 나타낸다. ‘떼려야’는 ‘떼려고 해야’, ‘보려야’는 ‘보려고 해야’가 줄어든 말이다.

 대부분 ‘-(으)려야’를 ‘-(으)ㄹ래야’ ‘-(으)ㄹ려야’로 잘못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해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은 “이해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갈려야 갈 수 없는 곳”은 “가려야 갈 수 없는 곳”으로 바루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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