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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한달만에 수지 맞춘 레스토랑-우리들의 이야기 대표 장명선사장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최고 상권 중 하나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부근. 그곳에서 지난해 11월 5일 문을 연 ‘우리들의 이야기’는 국내 최초의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이 독특한 레스토랑은 개점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만큼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강남역 부근은 외식업계의 전쟁터로 불린다. 국내 외식업계를 석권하고 있는 유명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이 모두 모여 있다. 장명선 사장(42)이 국내 최초의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우리들의 이야기’를 굳이 이곳에서 오픈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입맛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기왕이면 외국계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5일 개점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장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는 85년 삼성전자에 입사, 96년 삼성카드를 끝으로 퇴사한 샐러리맨 출신. 평소 레스토랑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직장생활을 정리한 후 곧 미국으로 건너가 6개월 과정인 레스토랑 영업 임원 과정을 공부했다. 레스토랑 영업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의 첫 직장은 한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 그리고 그곳에서 근무한 1년 6개월 동안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됐다. 그가 처음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을 생각한 것은 미국 유학 시절이다. 교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식당들이 아직도 50, 6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우리들의 이야기’의 성공은 일단 주방장의 ‘손맛’에 의존하지 않는 한식의 레시피(조리법)를 만들어내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가장 고심했던 것도 바로 레시피였다.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맛이 나는 레시피를 만들지 못한다면 ‘한식의 세계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두 달 동안 국내의 모든 요리책을 보면서 서구식 주방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1백 가지를 추렸다. 그리고 이 요리들을 외국계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던 양식 요리사와 황혜성 궁중요리연구소 출신의 한식 요리사가 직접 만들어가면서 레시피로 옮기는 작업을 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기존에 ‘한소끔 끓인다’로 표현되던 것을 ‘섭씨 몇 도에서 몇 초간 끓인다’로 일일이 바꿔 나가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8개월 여에 걸친 작업 끝에 누구든지 1주일만 배우면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는 레시피가 만들어졌다.

1호점을 오픈할 장소로 강남역 부근을 선정한 것도 성공적이었다. 그가 강남역을 선정한 데는 강남역이 외국계 레스토랑과의 정면 승부를 걸 수 있는 지역이면서 동시에 리스크(위험)가 없는 지역이라는 요인이 컸다. 강남역 부근에는 주택가와 오피스텔이 많아 주요 타깃인 20대 중반∼30대 중반 사람들 외에도 어린이부터 나이든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장소는 그가 약 한 달 정도 강남역 일대를 뒤지고 다닌 끝에 찾아낸 곳이다. 2층짜리 단독 건물에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어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설 자리로는 적격이었다. 다행히 기존 가게의 계약이 만료돼 운 좋게 그 곳을 임대할 수 있었다. 그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직접 영입, 40일 만에 ‘우리들의 이야기’를 오픈했다.

가게 홍보를 위한 별도의 행사는 갖지 않았다. 40일간의 공사 기간에 바로 옆에서 공사 중인 건물의 안전망을 홍보판으로 활용, 노란색과 보라색으로 상징되는 ‘우리들의 이야기’의 로고를 크게 확대해 걸어 놓은 것이 전부.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효과가 있었는지 개점 첫날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메뉴를 다양화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선보이는 메뉴는 총 68가지. 서구식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전채 요리·메인 음식·후식·음료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다양한 야채와 고기, 김치를 섞어 전골처럼 끓여내는 김치찌개(8천5백원)와 4시간 동안 찐 삼겹살에 각종 야채를 넣어 만든 동파육(8천원)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메뉴. 고추장을 넣지 않고 하얗게 만든 정통 떡볶이인 반가 떡볶음(7천원)도 인기가 높다.

서구식 패밀리 레스토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강점이다. 서구식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1인당 1만8천원에서 2만원이 들지만, 이곳에서는 1인당 1만2천원에서 1만4천원이면 충분한다. 이렇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외국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가 없고, 기존의 한정식집처럼 쓸데없이 많은 반찬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이야기’에서는 김치 외에 한 가지 반찬이 기본이며, 먹고 싶은 반찬은 추가로 시켜 먹어야 한다. 일단 ‘우리들의 이야기’ 1호점으로 성공을 거둔 장 사장은 올해 안에 신촌과 대치동에 2·3호점을 낼 계획이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세계 곳곳에 ‘우리들의 이야기’ 지점을 내는 것이다. 또 ‘우리들의 이야기’를 외식업계 최초의 벤처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몇몇 창업투자신탁사와 협의 중이며, 코스닥 상장의 꿈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이한경 프리랜서김성진(스튜디오 FeR)[goodbye 1999.N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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