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에마 왓슨, 평범한 대학생활 원했지만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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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호 05면

아역으로 성공한 배우들의 인생은 의외로 고달프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여주인공 에마 왓슨(사진)은 최근 자신이 다니던 브라운대를 자퇴한다고 밝혔다. 학업이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학교에서 종종 놀림감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말하자면 ‘왕따’를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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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의 나이로 데뷔해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원했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어느 대학에 갈 것인지 끝까지 감추고 싶어 했다. 그녀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는 평범하고 싶다. 익명성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영화 출연 때문에 학교생활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왓슨이 평범한 학창시절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알 수 있다.

그녀는 해리포터 시리즈 출연으로 2007년까지 1000만 파운드(약 18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2009년 한 해에만 1900만 파운드를 벌어 그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여배우에 등극했다. 그녀는 “솔직해지자. 이제 돈 때문에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배우보다는 개인으로서의 삶에 치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학교 생활에 대한 왓슨의 애착은 남달랐다. 그녀는 “사람들은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그 시간에 영화를 찍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학교 생활은 나를 ‘현실’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유명세는 그녀에게 아마도 해리포터 영화보다 더한 ‘판타지’였을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 왓슨은 ‘현실’을 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의 대학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왓슨은 실제로 매우 머리가 좋고 영리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성적표를 보면 10과목 이상 A학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수재들만 모인다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학생들에겐 그저 유명세에 힘입어 운 좋게 대학에 들어온 여학생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왓슨이 수업시간에 교수의 질문에 정답을 말하면 학생들은 “그리핀도르에 3점을!”이라며 그녀를 놀렸다고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퀴디치 경기 장면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다. 밤새워 과제물을 작성하고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파티를 여는 등 대학생활의 낭만이란 그녀에게 애당초 불가능한 꿈이었나 보다.

어린 시절 출연한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되면, 아역배우들은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후의 연예 활동이 아예 막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홀로 집에’의 매컬리 컬킨은 영화가 성공하자마자 부모가 아들의 재산을 두고 다툼을 벌였고, ‘터미네이터2’의 에드워드 펄롱은 마약에 찌들어 결국 정신병원 신세를 졌다. 얼마 전 2500달러짜리 보석을 훔쳐 실형을 선고받은 린제이 로한 역시 지금은 할리우드의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

국내에도 아역 이미지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배우의 예는 있다. ‘미달이’ 캐릭터로 한때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김성은 역시 사람들의 시선이 괴로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감당할 수 없는 어린 나이에 찾아온 유명세는 확실히 약이라기보다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를 연예인으로 키우기 위해 이제 겨우 서너 살 된 아이를 연기학원에 등록시키는 극성 엄마들의 자녀 아역배우 만들기 열풍은 좀 걱정스럽다. 인기를 얻기란 무척 어렵지만, 일단 한번 얻게 되면 평범한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누리는 그 ‘평범함’이란, 사실 엄청난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김수경씨는 일간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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