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면 50세 커투어 ‘주먹이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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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투어

록키 발보아. 액션 배우로 유명한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한 복싱 영화 ‘록키’(1976)의 주인공이다.

 록키는 포기를 모르는 근성으로 역경을 딛고 세계 챔피언에 올라 많은 사람의 가슴을 적셨다. 록키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2006년 제작된 ‘록키 발보아’에서는 부족함 없는 삶을 사는 50대의 록키가 도전정신 하나로 아들뻘인 현역 챔피언과 세기의 대결을 펼쳐 다시 한번 큰 감동을 줬다. 록키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그가 만들어 낸 감동은 실제였다.

 록키의 감동이 이종격투기로 온다. 한 남자가 록키 발보아를 꿈꾸고 있다. 랜디 커투어(48). 2년 뒤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지천명)는 50세의 노장 파이터다. 하늘은 그에게 계속 싸우라고 했을까. 커투어는 다음 달 1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리는 ‘UFC 129’ 대회에서 료토 마치다(33·브라질)와 맞붙는다.

 이종격투기의 메이저리그 격인 UFC에서 커투어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1997년 혜성처럼 UFC 무대에 등장해 헤비급·라이트헤비급 등에서 총 다섯 차례나 챔피언에 올랐다. 두 체급 모두에서 챔피언에 오른 선수는 커투어가 유일하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는 무겁다. 그의 주먹은 무뎌졌고 맷집은 예전만 못하다. 더구나 상대인 마치다는 최근 2연패를 당해 하락세이긴 하나 2년 전에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강자다. 그래도 커투어는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아니, 노장의 파이터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번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고민 중이다. 커투어는 “별볼일 없이 은퇴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UFC 129는 커투어-마치다전 외에 챔피언인 조르주 생 피에르(30·캐나다)와 도전자 제이크 실즈(32·미국) 간의 웰터급 타이틀전 등 12 경기가 열린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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