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합니다] 강호동 향해 "행님아~" 외치던 그 꼬마, '포동이'를 기억하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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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지금으로 치면 <1박2일>이나 <무한도전> 정도 되겠다. 오후 7시만 되면 온 국민을 TV 앞으로 모이게 한 오락프로그램이 있었으니, 지금의 강호동을 있게 한 MBC <오늘은 좋은날>의 간판 코너 '소나기'다. 씨름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강호동이 여기서 방송인으로 전향을 선언해 화제가 됐었다. 후줄근한 옷차림을 부여잡고 "행님아~"를 외치며 코믹한 포즈로 뛰어다니던 그였다. 그런 호동이 옆에서 능청스런 연기를 뽐내며 시청자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던 '포동이'. 그 때 그 시절, 우리를 웃게 했던 '포동이' 김영대(23)가 지금은 군대까지 다녀온 늠름한 청년이 되었다는 사실, 믿어지는가?

◇남자의 변신도 무죄=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게다가 훈훈한 외모까지. 기자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성큼성큼 걸어오는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포동이로 활동하던 당시 그는 이름만큼이나 넉넉한(?) 외모를 자랑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지만 어떻게 이 정도로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얼굴에 포동이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중학교 때 청소년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제가 제 얼굴을 모니터로 보는데 정말 이상한거 있죠. 뚱뚱하고 못 생기고…." 96kg까지 쪘었다는 그는 다이어트를 통해 3개월동안 무려 30kg을 감량했다. 혹시 의학 기술을 빌리진 않았을까? 그는 "그런 소리 수도 없이 들었어요. 눈을 찢었네, 턱을 깎았네.(웃음) 얼굴에 돈 들인거라곤 화장품 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살을 빼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연기자를 향한 꿈이었다. 연기자를 계속 하려면 아역시절 이미지를 탈피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제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못 알아봐요. 정말 아~무도. 그런데 그게 너무 좋아요."

◇강호동과 재회한다면?=1995년 그는 강호동과 함께 명콤비로 활약했다. 각종 방송 출연, CF, 행사 모두 강호동과 함께 했다. 지금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MC가 된 강호동. 그에 대한 기억은 어떨까? "호동이 형은 그 때도 최고였어요. 나이 차가 꽤 나는데도 저를 친동생처럼 챙겨줬어요. 차로 이동할 땐 저를 꼭 형 옆자리에 앉히고, 과자나 선물도 많이 사줬죠. 그리고 항상 웃으면서 촬영장 분위기를 띄웠어요. 지금도 그렇지 않나요?" 그는 강호동을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강호동과 함께 유년 시절의 일부를 보낸 것이 신기하면서도 뿌듯하다고 한다. 하지만 방송 활동이 줄어들면서 강호동과의 연락도 뜸해졌다. 강호동이 지금의 포동이를 보면 어떻게 반응할까? '난 그대로인데 넌 왜 이렇게 변했냐'며 특유의 파워 넘치는 목소리로 반기지 않을까. 그는 "제가 얼른 성공해서 호동이 형이 진행하는 토크쇼에도 나가고 그래야죠. 형 반응이 어떨지 저도 궁금한데요?"라며 웃었다.


◇연기에 목마른 말괄량이 길들이다=이렇게 다시 돌아오기까진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방송 활동이 계속 될수록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졌다. 어린 나이에 고된 스케줄에 시달리는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모님의 건강까지 악화됐다. 그러던 중 고교 진학을 앞두고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나중에 무얼 하든 공부는 그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 반에서 5등 밖으로 밀려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 때는 교사나 의사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늘 가슴 한켠이 훤했다. "살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가장 효율적인 삶이라고 생각해요. 공부를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꿈을 결코 놓지 못했어요." 그렇게 그는 다시 연기판으로 돌아왔다. 대학로에서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공연중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인의 자세로 차근차근 올라갈 생각이라는 그.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글=유혜은·사진=김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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