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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으로 오세요] “박물관 고을 울산으로 봄나들이 떠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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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문을 여는 울산박물관. 울산은 장생포고래박물관 등 7개의 전문 박물관에 이어 종합박물관까지 갖춰 명실공히 박물관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조선시대 울산의 박씨 가문 출신 무관 부자가 쓴 북방 변경 근무 일기 ‘부북일기’.

통일신라시대 왕성한 불교문화 흔적을 간직한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

박물관 기행이 울산의 새 관광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2005년 장생포고래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암각화전시관·옹기문화관·대곡박물관 등 7개가 들어선 데 이어 6월 22일 울산 첫 종합박물관인 울산박물관이 문을 연다.

 기존 7개 박물관이 고래 등 울산 특유의 주제를 올망졸망 다루는 전문박물관이라면 울산박물관은 울산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망라하는 종합박물관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울산박물관 개관은 울산의 명실 상부한 박물관 도시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불과 6년 전까지 박물관 한 곳 없는 불모지에서 한국 역사 공부의 산 교육장으로 도약하는 변화다”며 감회에 젖었다.

  울산대공원 내 동문 쪽 3만3000여㎡의 부지에 자리 잡은 울산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 연면적 1만4000여 평으로 전시물만 2000여 점이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 모형을 비롯해 선사시대부터 산업수도로 자리매김한 현재까지 역사관과 2개의 산업사관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2층의 역사관은 반구대암각화부터 1962년 울산이 공업도시로 지정되기 전까지 울산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신암리 유적에서 출토한 신석기 시대 덧무늬토기, 통일신라시대 유명 사찰이었던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을 둘러 보고 나면 조선시대 고서(古書)가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부자(父子) 무관이 기록한 일기장 ‘부북일기’다. 아버지(박계숙)와 아들(박취문)이 40년 터울을 두고 함경도 지역 무관으로 근무하면서 각각 쓴 견문기를 함께 엮은 것이다. 신형석 학예사는 “무관이 글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드문 데다 40년 간격을 두고 부자의 눈으로 본 달라진 시대상을 비교해볼 수 있는 진기한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신 학예사로부터 “박취문은 십리대밭에 만회정이란 정자를 지은 장본인이고, 그의 조부 박홍춘은 임란 때 활약한 장군으로 애용하던 칼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박물관이 이웃집 안방에 온 듯 친근감 있게 다가왔다.

 ‘대한민국 정부는 … 울산공업지구로 설정함을 이에 선언한다. 1962년 2월 3일 육군대장 박정희’. 산업수도 울산의 출발점을 알리는 ‘울산공업지구 선언문’이다. 산업사 1관의 터줏대감 격이다. 2관은 현대차·현대중공업 등 10여 개 기업이 꾸민 울산의 주력산업 역사다. 작업복과 당시의 사진, 첫 상품의 모형과 실물을 만나 볼 수 있다.

 울산박물관은 어린이를 ‘가장 큰 고객’으로 꼽고 있다. 어린이관인 해울이관의 주제도 ‘체험을 통해 따라가 보는 울산의 역사와 산업 배움터’다. 딱딱한 유물 전시 대신 ‘자동차가 나가는 원리 체험’, ‘탁본과 유물발굴 체험’ 등 놀이를 통해 역사를 만나게 해주는 공간이다. 신 학예사는 부모들에게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다 아이의 흥미를 잃게 하는 것보다 스스로 관심을 갖는 부분부터 조금씩 보고 배우도록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울산박물관에서는 개관 당일부터 10월 21일까지 대영박물관 특별전도 열린다.

 남구 무거동의 울산대박물관, 장생포의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의 울산암각화전시관과 대곡박물관 ,두동면 만화리의 박제상기념관, 외고산 옹기문화관, 병영의 최현배기념관도 특유의 사연과 역사를 간직한 채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김우림 울산박물관장은 “관광객들이 울산 소재 박물관을 두루 살펴보기 편하도록 울산박물관 개관일에 맞춰 박물관 순회 리플렛을 제작·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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