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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폐 속 침 꺼내보니 6.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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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노태우(사진) 전 대통령이 28일 서울대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이물질 제거 수술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수술은 병원 측의 철저한 외부통제 속에서 이뤄졌다. 수술 결과 이물질은 길이가 6.5㎝인 침(鍼)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한방에서 쓰이는 이 침이 어떤 경위로 폐 속에 들어갔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중앙일보 4월 28일자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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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수술은 이 병원 이비인후과 성명훈 교수가 노 전 대통령을 전신 마취한 상태에서 내시경을 이용해 20분 만에 끝냈다. 성 교수는 기관·후두·구강·타액선 질환 전문가로 오래전 노 전 대통령의 기관지 절개술도 주도했었다. 서울대병원은 “노 전 대통령은 현재 수술 후 회복 중이며 수일 내 퇴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길이 6.5㎝ 크기의 침(손잡이 부분 2㎝ 포함)은 노 전 대통령의 오른쪽 허파에 비스듬히 박혀 있었고 뾰족한 쪽이 폐의 폐포(허파꽈리), 손잡이 쪽이 폐의 기관지 쪽을 향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침이 왼쪽 폐를 뚫었으면 심장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상황을 맞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삼성서울병원 최규완 교수는 “침병(침의 손잡이)이 있어 한방침이 맞다”며 “노 전 대통령이 거의 매일 침을 맞아왔으며 침의 방향으로 보아 등쪽에서 찔렀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도 “이달 초 침을 맞았고 최근 흉통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방침이 어떻게 폐에 들어갔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경희대 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한방용 침이라 해도 정상적인 시술과정에서 들어갔을 리 없다”며 “호흡 곤란 때문에 기관절개를 했다면 기관지에 튜브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실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의사협회는 침이 몸속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서울대병원 측의 추정에 따라 27일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시술한 한의사를 수소문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면 ‘노 전 대통령 침 사건’은 계속 미스터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날 수술에는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유철규 교수, 신경과 노재규 교수, 내과 김진영 명예교수 등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을 챙겨 온 의사들이 대거 동참했다. 환자가 희귀 신경계 질환(소뇌 위축증)을 앓고 있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전직 대통령이어서 의사들의 부담은 컸다.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끝나 또 한 번의 ‘한국 의술의 쾌거’로 기록될 만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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