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도시’ 실리콘 밸리…10% 신흥 떼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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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생활 환경을 지닌 곳 중 하나다. 실리콘 밸리가 어느 지역을 지칭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대답이 다를 수 있지만, 대개 팰러 앨토(Palo Alto)·먼로 파크(Menlo Park)·마운틴 뷰(Mountain View)·샌타 클래라(Santa Clara)·샌 호제이(San Jose) 등의 소도시를 통틀어 말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 입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그 경계는 인근의 샌 메토(San Mateo)·버클리(Berkeley) 등 인근 도시는 물론 샌프란시스코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리적인 경계를 떠나 실리콘 밸리는 신종 갑부가 속출하는 지역으로 전세계인들의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도대체 실리콘 밸리가 낳은 부자들은 얼마나 돈이 많은 걸까? 그리고 부유층의 급격한 증가로 야기된 문제들은 어떤 게 있을까?

실리콘 밸리에서 발간되는 ‘샌호제이 머큐리신문’에 실리콘 밸리에 관한 재미있는 통계가 실린 적이 있다.

-샌타 클래라 카운티(실리콘 밸리 중심 도시중 하나로 ‘야후!’의 본사가 위치)에만 6만5천명의 백만장자가 살고 있다. 이는 아홉 집 건너 한 집이 백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것이란 의미. 물론 집값은 포함되지 않은 재산이다.

-실리콘 밸리의 평균 집값은 40만 달러(한화로 약 4억8천만원).

-억만장자로 추산되는 사람만도 13명. 이들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 무려 4백50억 달러.

-이곳에서는 ‘중산층’의 개념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중산층은 연평균 7만5천∼15만 달러의 소득계층으로 샌타클래라 카운티 인구의 33%가 이에 해당. 이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미국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하다.

먼로 파크에 거주하는 투자상담가 모건 화이트씨는 “전세계에 실리콘 밸리 같은 곳은 없다. 세계 최고의 ‘돈 만드는 기계(the biggest wealth creation machine-man)’들이 득실대는 곳이다” 라고 이곳의 부의 정도를 표현했다.

그러면 이곳 ‘떼부자’들의 씀씀이는 어떨까? 시장조사기관 클라리터스에 의하면, 샌타클래라 주민들이 한 해 동안 가구 등 세간살이 구입에 쓰는 비용이 전국에서 1위(1천 3백 28달러), 여행비용이 3위(3천 5백 52달러), 외식비용은 전국 5위(3천 7백 22달러)에 랭킹되고 있을 정도. 이러한 장미빛 통계에도 불구, 한 지역에 지나치게 집중된 부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우선 비싼 생활비가 저소득층 가정들을 실리콘 밸리 밖으로 내몰거나 이들을 생활고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필자의 친구중 한 사람인 브라이언 정은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 연간 6백만 달러의 이익을 내는 하이테크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최근 고급차인 렉서스를 구입하기 위해 L.A.까지 나가야 했다. 부자들만 상대해 온 실리콘 밸리의 자동차 판매상들은 전혀 ‘디스카운트’를 해 주지 않기 때문.

번영의 또다른 ‘대가’는 날로 혼잡을 더해가는 도로상황과 인구증가.

실리콘 밸리는 주거공간 부족으로 하루에 2∼3시간씩 걸리며 인근 지역에서 통근하는 것이 예사다. 출퇴근 시간이 되면 포르셰·BMW·벤츠가 꼬리를 물고 고속도로에 늘어서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이다. 또한 고속도로의 ‘카풀 라인(2명 이상이 탄차만 통행할 수 있는 차로)’위반이 가장 잦은 지역이기도 하다. 카풀위반 범칙금은 무려 2백71달러. 빨리 갈 수만 있다면 이 정도의 벌금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 이곳 부자들의 행태다.

또하나의 부작용은 하루아침에 찾아온 부로 인한 ‘정신적 공허감’이다. 이곳의 젊은 기업가들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다발을 놓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는 사람이 늘어 이곳의 정신 병원들은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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