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몰렸던 여수 관기초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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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 교장

125 가구가 모여 사는 농촌 마을 작은 학교에 기적이 일어났다. 전교생 36명으로 2009년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학교가 올해 전교생 120명, 전학 대기생만 100명이 넘는 가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한 것이다. 전남 여수시 소라면의 관기초등학교다.

 관기리와 인근 중림리 100여가구가 입학 대상이었던 관기초의 기적은 허정(60) 교장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열정이 밑바탕이 됐다. 허 교장은 2006년 첫 부임 후 학부모들의 성원으로 2009년 공모제를 통해 연임했다. 가장 큰 임무는 폐교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학생 수 늘리기가 과제였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살지 않는 시골에 갑자기 학생이 증가할 수가 없었다. 허 교장은 발로 뛰며 아이디어를 구했다.

 학부모들이 먼저 나섰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해 학교활동이 쉽지는 않았지만 짬을 내 매일 아침 자율학습 지도를 하며 교실 분위기를 바꿔갔다. 직접 한글 카드를 만들어 1학년에게 글자를 가르쳤고, 함께 책을 읽으며 독서 활동을 도왔다. 지난해부터는 방과후 수업도 거들었다. 동기 부여와 체험을 강조한 허 교장의 학습지도 방식도 빛을 발했다. 관기초는 학생들에게 문제풀이나 과제물을 내주지 않는다. 유일한 과제는 독서다. 매주 좋아하는 책을 읽고 주요 내용을 소개한 뒤 토론하는 방식이다. 북아트와 기악합주 등 특별활동을 비롯해 장아찌 담그기와 메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관기초의 특별한 교육 방식이다.

 특히 일주일에 3번 마을 뒷산인 안심산(해발 374m)을 오르는 등산은 아이들에게 체력은 물론 협동심과 사회성을 길러줬다. 지난해에는 전교생 98명과 학부모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지리산 천왕봉을 등정했다. 학생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허 교장은 “마음껏 뛰어 놀고 즐겁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 철학”이라고 했다.

 허 교장과 학부모들의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2년 동안 학생들의 평균 내신 성적은 10점가량 올랐다. 특히 미달·기초·보통이상 학력 3단계로 나뉘는 전국 학업성취도평가(2010년 7월)에서 관기초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과목에서 단 한 명의 미달 학생도 나오지 않았다. 수학과 사회는 응시생 전원이 보통 학력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관기초의 기적이 알려지면서 2009년 36명이었던 전교생은 올해 120명으로 늘었다. 예정대로였으면 1명뿐이었을 1학년 신입생도 18명이 입학했다. 교실이 부족해 여수 시내 등지에서 전학 대기 중인 학생만 100명이 넘는다. 관기초는 지난해 전남도로부터 농산어촌 학교 모델인 무지개학교로 지정됐고 올 1월에는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다음달 11일 허 교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교원공제회(이사장 김정기)가 주는 한국교육대상을 받는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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