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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 <54> 일본 대지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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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일본 대지진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호섭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사 서울특파원.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며 대공황으로 절망에 빠진 국민에게 남긴 말이다. 지난달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규모 9.0의 지진으로 피해를 본 일본 국민에게 필요한 얘기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도 다르지 않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기준 한국의 세 번째 규모 수출 국가다. 두 번째 수입 국가이기도 하다. 연간 수출액은 32조6000억원, 수입액은 74조3000억원에 달한다.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일본 대지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54차 월례토론회에서다.

  김기환 기자

전문가들은 일본이 빠른 속도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지진의 피해는 심각하지만 산업시설들을 속속 복구하고 있다”며 “일본은 국민의식이 성숙했고 기술 수준이 높아 빠르게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국토교통성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피해 지역 육·해·공 물류망의 90%가 복구됐다.

산업시설의 경우 해안 지역에 들어선 석유화학 공장의 피해가 컸다. 하지만 5월 20일 미쓰비시화학이 에틸렌 생산을 재개하는 등 점차 가동을 정상화할 전망이다.

 내륙에 있는 전기전자·자동차 공장은 파손 피해가 적어 이미 가동을 재개한 상태다. 도요타 공장도 18일부터 가동했다. 이 연구위원은 “산업시설을 속속 복구하고 있기 때문에 대지진으로 인한 공급 차질이 세계 경제를 위축시킬 가능성은 낮다”며 “피해 지역의 공장이 정상 가동하는 것은 올 4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일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신·고베 대지진을 극복했을 정도로 저력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은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있고 기술 수준이 높다”며 “피해를 잘 복구하면 오히려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호섭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빠른 속도로 복구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과거 재난 상황과 다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2차대전 피해 당시와 다르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할 수 없고 ▶원전에서 방사능이 계속 유출되고 있으며 ▶국가 리더십이 확실하지 못하다는 점을 과거와 다른 점으로 꼽았다.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사 서울특파원은 “피해 규모가 한신 대지진의 5배가 넘고, 쓰나미 때문에 인프라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에서 과거 재난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완전히 복구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한국은 일본에서 철강·반도체·플라스틱 제품 등을 수입하고 있다. 모두 부품·소재·기계류 제품이다. 아직까진 재고가 남아 있어 생산 차질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동차 분야에선 일부 업체가 부품 조달 차질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제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거래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피해 복구작업에 협력해 일본 시장에 토착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만치 못한 한·일 관계 때문에 복구 지원이 지지부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키노 특파원은 “과거사 문제 때문에 그동안 한·일 공동 방재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복구가 지연됐다”며 “한·일 관계가 원만해야 지원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재난에 대처한 자세로부터 배워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일본 국민과 언론은 대재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대처했다”며 “평상시 끊임없이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훈련받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전 방사능 유출 사태 때 책임을 떠넘기고 정보를 감추는 데 급급했던 일본 정치권의 경우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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