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중국 경기 2~3년 주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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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경제는 빠르게 달아오르고 급속하게 식는 ‘대기대락(大起大落)’ 구조다. 이를 설명해 주는 게 바로 ‘활(活)-난(亂)의 주기’다. 유명 경제학자인 린이푸(林毅夫·임의부) 세계은행 부총재가 거시경제 분석 툴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내용은 이렇다.

 경기가 살아난다 싶으면 곧 과열 단계로 진입해 어지러워지고(一活就亂), 어지러워지면 정부가 긴축 정책에 들어간다(一亂就收).

 긴축에 나서면 기업이 도산하는 등 경기가 금방 죽고(一收就死), 경기가 죽으면 정부는 부양책을 실시한다(一死就放).

 부양책이 시행되면 경기는 살아나고(一放就活), 살아난다 싶으면 다시 과열 단계로 진입해 어지러워진다(一活就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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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가 2~3년을 주기로 ‘활(活)-난(亂)-수(收)-사(死)-방(放)-활(活)’의 사이클을 도는 것이다. 지금 중국 경제는 과열이 심화되면서 정부가 긴축에 나서는 ‘일란축수(一亂就收)’의 단계를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말 시작된 경기부양 정책이 물가 급등으로 이어졌고, 정부가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금줄을 죄는 과정이다. 이 주기가 맞아들어간다면 중국 인플레는 올해 말에 가서야 겨우 진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 사이클이 시작된 것은 2006년이다. 2007년 들어 물가가 오르고, 고정자산 투자가 증가하는 등 경제는 뚜렷한 과열(亂) 양상을 보였다. 다급해진 정부는 그해 여섯 차례나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에 나섰다. ‘수(收)’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2008년 경기가 잡히는가 싶더니 곧 얼어붙었다. 주가가 폭락하고, 부동산 기업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사(死)’ 주기다. 경기를 살려야 했다. 중국은 다시 2008년 하반기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리는 등 ‘방(放)’ 단계로 넘어갔다.

 중국 경제가 이런 사이클을 보이며 순간순간 극단으로 치닫는 건 시장이 정부의 손아귀를 벗어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시장의 극단적인 반응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바뀐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초기 이행단계가 지나 시장이 만개하면 정부가 의도한 쪽과 정반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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