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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국내 첫 펀드 수익률 1000% 달성 구재상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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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국내 주식형펀드 최초로 누적 수익률이 1000%가 넘는 펀드가 나왔다.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펀드다. 2001년 7월 6일 탄생해 9년10개월 만에 1032.27%의 수익을 냈다. 이 펀드의 역사는 한국 펀드자본주의의 역사다. 이런 성과를 내기까진 굴곡이 많았다. 9·11테러, 카드채 사태 등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한때 40%나 수익률을 까먹기도 했다. 그간 운용 책임자도 여섯 번이나 교체됐다. 이제 이 펀드의 탄생과 성장을 모두 지켜본 인물은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47 ) 부회장만 남았다.

 그는 “10년 세월이 참 길었다”고 돌아봤다. “정보기술(IT)에 의존했던 10년 전과 달리 우리 증시는 몰라보게 다각화됐다”고 했다. 그만큼 높은 수익을 내도록 포트폴리오를 짜기가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일 펀드 수익률은 확신하지 못하지만 5년 뒤 수익률은 지금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가 말하는 디스커버리 펀드의 10년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훨씬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저평가된 가치주보다는 실적이 받쳐주는 성장주에 주로 투자하는 원칙을 세웠고 이를 10년간 지켰다.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으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기업들이다.”

 -운용 규모가 크다 보니 시장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펀드 덩치가 크다 보니 시장을 1~2년 먼저 예측해야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예컨대 요즘 뜨고 있는 LG화학 같은 석유화학주들은 2007년부터 확보하고 비중을 늘려갔다. 당시만 해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소비 증가에 따라 화학제품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봤고, 적중했다.”

 -위기나 어려웠던 점은.

 “시장에서 위기는 기회다. 디스커버리를 만들고 2개월 만에 9·11테러가 터졌다. 수익률이 -15%까지 고꾸라지더라. 하지만 이때 되레 주식 비중을 더 늘렸다. 최근 일본 지진 때도 마찬가지로 주식 비중을 늘려 수익을 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펀드 환매가 가장 안타깝다. 환매가 들어오면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들을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한다.”

 -아직도 인사이트펀드로 속앓이를 하는 투자자가 많다.

 “인사이트펀드 때문에 나도 1년 넘게 위장병으로 고생했다. 한때 수익률이 -65%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지금은 -6%까지 만회했다. 조만간 원금을 회복할 것이다. 사실 2007년 국내 증시는 정체 상태였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렸고 인사이트펀드가 탄생했다. 타이밍이 안 좋았을 뿐 투자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펀드 환매로 미래에셋의 운용규모도 줄고 있는데.

 “큰 걱정은 안 한다. 그간 펀드 투자자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수익을 거뒀다. 투자해서 돈을 번 좋은 기억이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다시 펀드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투자자의 신뢰도 회복되고 있다. 달리 투자할 곳도 마땅찮다. 금리는 낮고, 부동산 수익률도 곤두박질하고 있다. 곧 투자자들의 펀드 사랑이 다시 시작될 걸로 믿는다.”

 -주가 오름세가 거침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기업이 더 강해졌다. 올해 주요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110조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25% 늘어날 것으로 본다. 실적을 기반으로 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눈여겨볼 변수는.

 “첫째 중국이다. 중국의 정책 타깃이 성장에서 소비로 바뀌었다. 소비를 늘리겠다는 것은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리겠다는 뜻인데, 이게 기업에 부담이 된다. 중국 전체로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운용사 입장에서는 나쁜 소식이다. 둘째 원화가치다. 원화가치는 달러 대비 1050원까지 오를 것이다. 대기업들은 1000원까지 가도 견디지만, 중소기업은 1000원대가 무너지면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래에셋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곤란한 질문이다(웃음). 일단 국내에서는 2위와 격차가 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시장이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펀드를 미국·유럽에 판매하는 등 세계에서의 인지도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조만간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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