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삶의 꽃 활짝 피울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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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종군이 자신의 시집인 "마음의 항아리"를 읽으며 활짝 웃고 있다. 양광삼 기자

'내 마음은 꽃이 핀다/인생은 꽃핀 인생/화분에 물을 주고/마지막을 위해/꽃을 준비한다....'

어려서부터 자폐증으로 정신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전남공고 3년 박기종(19)군이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세계를 찾기 위해 쓴 시 '꽃 핀 인생'의 한 귀절이다.

박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써 온 시 140편을 모아 '마음의 항아리'라는 시집을 내 13일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

특수학급에 재학 중인 그의 시집은 1부 '하느님(초등학교 때 쓴 시)', 2부 '바다 속 엄마(중학교)', 3부 '상자 속(고등학교)'으로 꾸며졌다.

김진구 광주시교육청 장학관은 "그는 독서나 가족여행, 일상생활 속에서 얻은 느낌을 독특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담아 시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박군의 어머니 이향란(46)씨가 아들의 자폐증 치료를 위한 수단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동시를 읽어 준 것이 그가 시를 쓰게 된 계기였다.

그는 처음부터 시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여 치료 차원을 넘어 어엿한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금은 그의 정신장애도 어릴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박군은 "시를 통해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며 "시집을 보고 제 마음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군의 시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이씨가 그동안 아들과 함께 겪었던 고통와 어려움 등 절절한 사연을 담은 편지를 광주시교육청에 보내면서 부터다.

편지를 받은 중등교육과 생활지도팀 김진구 장학관 등은 논의 끝에 자폐아를 가진 부모와 장애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박군의 시집을 내기로 결정했다. 김 장학관 등은 올해 초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모은 150여만원으로 최근 시집 500부를 발간해 준 것이다.

이씨는 "기종이는 자폐라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이제는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에 나오려 한다"며 "아들의 시를 보고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군을 지도했던 선생님과 친구, 시교육청 관계자, 장애인협회 회원 등 60여명은 스승의 날을 앞둔 오는 13일 광주교육정보원 4층 강당에서 시집 발간을 축하하는 조촐한 자리를 갖는다.

서형식 기자<seohs@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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