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루프 성에 안 차” 내 차는 지붕을 활짝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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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8 스파이더

벤틀리 컨티넨탈 수퍼스포츠 컨버터블

재규어 XKR

지붕이 변하고 있다. 과거엔 선루프만 해도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네모 반듯한 구멍 크기만큼의 햇살과 잔잔히 들이치는 바람은 아주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제 평범한 선루프는 자랑거리 축에도 못 끼게 됐다. 지붕의 3분의 2까지 유리를 씌운 이른바 파노라마 선루프가 유행하면서부터다.

 현대 신형 그랜저도 파노라마 선루프를 달았다. 커다란 유리 두 장을 맞물려 지붕에 심었다. 스위치를 누르면 앞장이 뒷장과 포개지며 열린다. 햇빛 가리개가 앞뒤 양쪽으로 수납된다. 따라서 선루프 한복판을 기둥이 가로지르지 않는다. 기아 K5, K7, 스포티지 R 등도 파노라마 선루프를 단다.

 자동차 업체마다 선루프의 명칭은 제각각이다. 아우디는 오픈 스카이 뷰, 지프는 커맨드 뷰 듀얼 선루프, 푸조와 재규어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메르세데스-벤츠는 파노라마 선루프다. 작동 방식도 다양하다. 두 장 가운데 한 장만 열리는 경우가 많다. 푸조의 유리 지붕은 여닫을 수 없다. 대신 앞뒤 좌석을 아우르는 1.68㎡ 짜리 초대형 유리 한 장을 끼워 개방성이 뛰어나다.

 지붕을 여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떼어낼 수 있는 차도 있다. 로터스 엘리스가 대표적이다. 앞뒤 유리는 그대로 둔 채 머리 위쪽의 지붕만 뗄 수 있다. 지프 랭글러는 강화 플라스틱 지붕을 씌웠다. 도어 두 개짜리 랭글러는 통째로, 도어가 넷 달린 언리미티드는 원하는 부위만 조각조각 뗄 수 있다.

 포르셰 911 타르가도 비슷한 개념이다. 그런데 떼어낸 지붕을 수납할 걱정이 없다. 유리 지붕이 열리며 뒷유리 안쪽으로 포개지는 까닭이다. 지붕 면적이 작은 쿠페의 특성을 활용한 아이디어다. 오픈카가 부럽지 않은 세단도 있다. 마이바흐의 한정판 특별 버전인 랜들렛이 주인공이다. 랜들렛은 뒷좌석 머리 위쪽의 지붕부터 뒤창까지 송두리째 벗길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와 유리지붕에도 단점은 있다. 강화 유리를 쓰지만 철판보단 강도가 떨어진다. 고장 나거나 파손됐을 때 수리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차의 무게 또한 20~30㎏ 늘어난다.

 오픈카(컨버터블)의 지붕도 변신에 여념 없다. 과거엔 특수 처리한 직물을 씌웠다. 요즘은 차곡차곡 접어 수납할 수 있는 철판 지붕이 대세다. 이른바 전동식 하드톱으로 정숙성과 밀폐성이 뛰어나서 인기다.

 전동식 하드톱도 빠르게 진화 중이다. 폴크스바겐 이오스는 3조각이 대부분인 여느 하드톱과 달리 5조각까지 나눴다. 그만큼 매끄럽고 우아하게 여닫힌다. 지난달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한 벤츠 신형 SLK는 전동지붕의 철판을 유리로 대체했다.

 반면 유행에 개의치 않고 부드러운 소재의 톱을 고집하는 차도 있다. 재규어 XK, 포르셰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 롤스로이스 드롭헤드 쿠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고집을 피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접었을 때 부피가 작아 보다 미끈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무게가 가벼워 성능을 갉아먹지 않는다.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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