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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아직 안 죽었어’ 형님들이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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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블랙신드롬·블랙홀·이현석프로젝트·디아블로 등 한국을 대표하는 메탈 밴드들이 다음 달 14일 서울 홍익대 앞 상상마당에서 합동 콘서트를 연다. 그들이 서울 홍익대 앞 거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태성 기자]

헤비메탈은 드센 음악이다. 종종 극단을 넘나든다. 기타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만큼 달리고, 드럼은 찢어질 듯 매섭게 쿵쾅댄다. 보컬도 마찬가지다. 요즘 유행하는 ‘3단 고음’쯤 아무렇지도 않게 불러댄다. 가죽 바지에 긴 머리, 치렁치렁 매달린 메탈 액세서리는 이 음악의 드셈을 부추긴다.

 메탈의 드셈은 멋이자 벽이다. 그 멋에 홀린 이들은 마니아로 남았다. 반면 난색을 표하는 이도 많았다. 한국 음악계에 메탈 음악이 둥지를 튼 지 20여 년. 이 화려하고도 난해한 음악은 여전히 대중음악의 안방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메탈의 거장이 아사(餓死) 직전에 처한 제 음악을 살리고자 나섰다. ‘메탈 1세대’로 불리는 블랙홀·블랙신드롬을 비롯해 이현석프로젝트·디아블로 등 실력파 밴드가 한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14일 오후 6시 서울 홍익대 앞 상상마당에서 ‘메탈 하니(Metal Honey)’란 타이틀로 합동 콘서트를 펼친다. 이 콘서트는 공연장을 바꿔가며 매달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매년 앨범을 내거나 콘서트를 펼치며 메탈 음악만을 고집해왔다. 이들이 한 무대에 서는 건 20년이 넘는 한국 메탈 역사상 처음이다.

 최근 상상마당 스튜디오에서 이들의 화보 촬영이 있었다. 콘서트 포스터와 안내 책자 등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 메탈 뮤지션 20여 명이 카메라 앞에 섰다. 블랙신드롬 리더 김재만은 “예전에는 만날 폐차장에서만 사진 찍었는데…. 세월 참 좋아졌다”며 웃었다. 화보 촬영이 끝나고 블랙신드롬 김재만(기타)·박영철(보컬), 블랙홀 주상균(기타·보컬), 이현석프로젝트 이현석(기타), 디아블로 장학(보컬) 등과 마주 앉았다.

 -합동 공연을 기획한 이유는.

 “한국에서 메탈 밴드의 정통성을 지켜온 팀은 많지 않다. 우리가 시장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존속해 온 이유를 알려주고 싶었다.”(재만)

 “메탈이 주류 장르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상당한 마니아 팬이 있다. 그 동안 팬들이 볼 만한 공연이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꾸준히 메탈 음악만 해 온 우리가 제대로 된 무대를 선보이고 싶었다.”(상균)

 -메탈 음악이 외면 받았던 이유는.

 “한국 음악계가 유독 세계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메탈이 세계적으로 비주류 장르로 밀리면서 자연히 도태됐다. 우리끼리 음악 한답시고 스스로 벽을 쌓아버린 측면도 있다.”(재만)

 “가요 쪽으로 전향한 메탈 출신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너무 돌아보지 않았던 영향도 컸다고 본다.”(영철)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음반 시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메탈은 음악 특성상 디지털 음원을 만들기가 곤란한데, 시장은 온통 음원으로 재편됐다. 수입이 갑자기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상균)

 -요즘 메탈 음악의 위상은.

 “여전히 주류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가진 게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 보면 메탈 출신이란 걸 자랑 삼아 이야기하는 가수들이 많다. 그렇게 말하는 게 음악성이 뛰어난 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메탈 뮤지션으로서 자부심을 느껴도 충분하다고 본다.”(상균)

 -대중에게 다가서는 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닌가.

 “메탈도 본질상 대중음악이다. 그걸 간과한 측면이 있다. 더 이상 옛날 방식을 고집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메탈 음악을 하나의 캐릭터·브랜드로 만들어 대중이 다가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할 것이다.”(재만)

 -이번 무대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음악에선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자가 강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모두가 1등인 장르만 듣는 세상인데 5등, 6등 하는 음악도 충분히 즐길 만한 대중음악이란 걸 널리 인식시켰으면 한다.”(재만)

글=정강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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