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의 금요일 새벽 4시] “너는 꼭 돌아오지 않아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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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얼마 전 제주국제공항. 한 여성이 이코노미석 2장을 끊었습니다. 그러곤 직원에게 말했지요. “남편과 싸웠으니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로 달라”고요. 직원은 미소와 함께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잠시 뒤 비행기에 탑승한 여성과 남성은 깜짝 놀랐습니다. 둘의 자리가 비즈니스석이었기 때문이죠. 그것도 꼭 붙은 자리로요. 항공사 직원이 ‘화해하라’는 배려로 작전을 꾸민 것이었습니다.

 이 얘긴 실화입니다. 중앙일보 정재숙 문화스포츠 에디터가 지난주 j에 실린 김응용 감독 인터뷰를 위해 제주도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겪은 체험담이죠. 정 에디터는 마감 뒤풀이에서 이 얘기를 전했습니다. 물론 ‘싸웠다는 남편’은 진짜가 아닌 함께 간 사진기자였죠. 평소 장난을 좋아하는 정 에디터가 항공사 직원에게 농담을 했다가 대신 감동을 선사받은 것이죠. 마침 지난주 j에는 필립스를 10년간 이끌었던 CEO 스토리가 실렸습니다. 그는 “직원의 열정이야말로 조직의 심장”이라고 웅변했죠. 제주도의 항공사 직원처럼 센스 있는 열정파들이 조직에 넘친다면 그 조직은 원치 않아도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역시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얘기를 듣던 팀원 한 명이 말했습니다. “그 직원 이름 좀 알려주세요. 나도 업그레이드 좀 받아보게.” 이처럼 허접하게 굴면 바로 응징하는 게 j의 문화입니다. 바로 십자포화를 맞았죠. “너는 저가 항공사가 어울려.” “배 타고 푹 자면서 가.” “꼭 돌아오지 않아도 돼.” 참, 그 항공사가 어딘지 궁금하시죠. 아시아나항공이었답니다. (김준술)

◆배우 심혜진씨 인터뷰 전날 시간을 확정하려고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일 오전 9시30분에 뵙죠.” 경기도 가평에 사는 그녀에겐 솔직히 좀 이른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다른 스케줄이 있다는 말을 들은 터라 무리한 요구를 했습니다. j 의 인터뷰에는 최소 두세 시간이 걸리거든요. 역시나 “좀 이른데, 10시30분은 어떤가요”하는 답이 왔습니다. “10시로 하시죠”라며 절충안을 냈습니다. 한 시간 뒤 ‘네, 그러세요” 하는 메시지가 당도했습니다. 인터뷰 날 아침 그녀를 기다리는데 매니저한테서 “차가 막혀 좀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심혜진씨를 만난 시각은 10시30분쯤이었습니다. 차가 막혔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을 텐데 왠지 ‘당했다(?)’는 느낌이 드는 까닭은 무엇인지요. (성시윤)

◆‘“우즈 유 마인드 이프 아이 애스크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거침없이 옷장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시범을 보이며 했던 걱정은 장난끼 가득한 표정 연기에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유 해브 투 어보이드….” 표적지 앞에 선 그는 카메라 셔터 소리 리듬에 맞춰 아이처럼 즐겁게 좌우, 앞뒤로 표창 피하는 시늉을 해보였습니다. “왓 두 유 싱크 어바웃….” 사이클 선수가 꿈이었던 그는 포즈를 주문할 틈도 주지 않고 자전거 앞바퀴를 번쩍 들어올렸습니다. 디자이너 폴 스미스 이야기입니다. ‘프로’는 어떤 일에 전문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 직업으로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기의 일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프로였습니다. 긴 인터뷰가 끝나고 시작된 사진 촬영. 계속 이어지는 새로운 포즈 주문에 피곤할 법도 한데, 그는 분명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사진을 보여주며 얘기를 했더니 한 후배가 툭 던집니다. “선배도 프로잖아요? 잘 나올 때까지 찍기 프로, 사진 달래도 안 주기 프로….” (박종근)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46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준술 · 성시윤 · 김선하 · 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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