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반한 한국 (25) 파키스탄인 푸즈 카리드 칸의 길거리 음식 예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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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이야말로 한 나라의 속내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푸즈 카리드 칸. 그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 중에서 튀김과 닭꼬치를 으뜸으로 꼽았다.

다양한 음식 종류에 놀라다

사람들은 흔히 이색적인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데서 여행의 즐거움을 찾는다. 그러나 나는 여행지의 음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유명 레스토랑의 고급 음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비록 소박한 모습이지만, 정성 가득한 길거리 음식은 한 나라의 모습을 조금도 꾸미지 않고 드러내는 소재라고 나는 믿는다. 자연스럽고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야말로 ‘리얼 푸드’이기 때문이다.

 찬바람 부는 계절 서울에 도착한 나는, 낯선 공간 안에 있다는 흥분과 고향 파키스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매운 날씨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설 전날이었는데, 한국은 사흘간 이어지는 휴가 준비를 끝낸 것처럼 나라 전체가 고요했다. 그 조용한 밤, 굶주린 파키스탄 학생이 ‘서바이벌 한국어’도 구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뭐라도 배에 채워 넣을 방법은 많지 않았다.

 나는 한국어 단어장으로 무장하고 무작정 길거리로 나왔다. 서울에도 길거리 음식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내 걸음은 동대문 근처까지 나아갔다. 거기서 나는 포근한 분위기의 포장마차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친절한 아주머니가 있었고 군침이 저절로 도는 음식이 가득했다.

 한국의 포장마차는 화려한 색깔의 천으로 꾸며져 있었고, 위생적으로 보였다. 음식이 정말 많았다. 말랑한 만두와 어묵도 보였다. 어묵 국물이 가득 담겨 있었고, 난 그 국물을 음식에 곁들여 마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양한 재료를 밥과 함께 김에 싼 음식도 있었다(나중에 이 음식의 이름이 ‘김밥’이란 걸 알았다).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계란·새우·고추 등을 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했다. 그 많은 길거리 음식 중에서 내 입맛에 가장 잘 맞았던 건, 감자와 고구마 튀김 그리고 닭꼬치였다.

꼭 먹어보고 싶은 인삼차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죄다 맵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호떡처럼 정말 달콤한 팬케이크 종류도 있다. 나는 호떡을 서울의 길거리에서 만났다. 호떡은 꿀·계피·땅콩·황설탕 등이 잔뜩 들어가 있어 하나만 먹어도 든든했다. 그리고 서울 시내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빵집에서는 한국의 전통 과자 ‘한과’를 파는데 어떤 빵보다도 맛이 있다. 곡물가루와 과일, 고구마와 꿀, 식용 뿌리 등으로 만들었다는데, 너무 달지도 않고 맛이 부드러웠다.

 음료는 어떠한가? 글쎄, 한국인이 커피를 좋아하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서울은 곳곳에 즐비한 커피 전문점만 봐도 의심할 필요 없는 세계적인 커피 공화국이다). 한국에는 전통 차도 있고, 밥알 동동 띄운 단맛 나는 식혜, 과일 펀치같이 생긴 화채 등의 음료가 있다. 쌀로 빚은 약주나 소주 같은 주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정말 맛보고 싶은 음료는 따로 있다. 저 유명한 인삼차다. 인삼차는 원기를 회복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6년근 이상을 쓴다고 한다.

 여러 음식을 맛보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국은 최고의 음식 천국이다. 나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산낙지 먹는 한국 남자나, 둘도 없는 정력제라는 보신탕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한국 남자를 보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진짜 맛만이 아니라 그 나라 음식의 고유한 분위기다.

 내가 서울에서 먹어본 모든 음식은, 확실히 내 고향 음식과는 다른 향과 맛이긴 했지만 모두 나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일단 이 맛에 익숙해지면 한국 음식은 당신이 먹어본 음식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음식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한국어에는 ‘Bon appetite(많이 드세요)’ 같은 의미의 말은 없는 것 같지만, 한국 음식은 당연히 맛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푸즈 카리드 칸

1974년 파키스탄 출생. 파키스탄 세금 관련 공무원으로 올 2월부터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열정적인 음식 매니어로, 한국에 있는 몇 달 동안 서울의 길거리 음식에 푹 빠졌다며 원고를 보내 왔다.

정리=손민호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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