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 할인 회원권’에 6800명이 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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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골프 회원권 업체 토비스레저는 2006년부터 그린피를 할인받을 수 있는 회원권을 800만~2200만원씩에 판매해왔다. 회원이 골프를 치고 영수증을 내면 해당 골프장의 회원가와 실제 이용요금의 차액을 회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린피 부담을 느낀 골퍼 6800여 명이 회원권을 구입했다. 회사가 유명세를 타자 이교정(56·사진) 회장은 태국·몽골 등지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 확장을 위해 태국 고위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며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이 회사는 2006년부터 60억원가량의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회원 입회금의 약 30%는 판매대행사에 수수료로 나갔고, 20%는 회사 운영비로 쓰였다. 회원들에게 약속한 그린피 지급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였다. 초창기엔 새 회원의 입회비로 기존 회원에게 그린피를 지급하는 ‘돌려막기’로 버텼지만, 하나 둘씩 돈을 받지 못하는 회원들이 생겼다.

 결국 피해자들은 2009년 10월 이 회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고소 직후 이 회장은 미국으로 도피했다. 검찰이 지난해 2월 이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집행할 수 없었다. 검찰은 미국 수사당국에 이 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미국 현지 법원이 지난달 강제 추방 결정을 내리면서 이 회장은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20일 오후 이 회장을 인천공항에서 체포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이 확인한 피해액은 모두 1353억원. 허위 과장광고를 한 혐의도 체포영장에 포함됐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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