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vs 호날두 … 챔스리그 4강 운명의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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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누가 최고의 선수인가. 리오넬 메시(왼쪽)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자존심 대결이 점입가경이다. 메시가 지난해 11월 30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누 캄푸에서 벌어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호날두 곁을 지나가고 있다. [바르셀로나=게티이미지]


리오넬 메시(24·FC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6·레알 마드리드).

 누가 세계 최고의 선수일까. 정답은 메시로 굳어지는 듯했다. 메시는 2009년과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코파 델 레이(국왕컵) 등에서 49골이나 기록하며 경이적인 골 행진을 펼치고 있다. “호날두는 현 시대에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지만 메시는 펠레·마라도나와 함께 역대 최고를 다투는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2008년 FIFA 올해의 선수상에 빛나는 호날두가 대반격에 나섰다.


 #호날두 1승1무로 리드?

 지난 14일(한국시간) 레알 마드리드가 토트넘(잉글랜드)을 물리치고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자 전 세계 축구팬은 흥분했다. 메시와 호날두의 4경기 연속 맞대결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메시에게 다소 밀리는 듯하던 호날두로서는 하늘이 준 기회였다.

 첫 대결은 17일 벌어졌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2라운드. 호날두와 메시는 페널티킥으로 한 골씩 기록했고 결과도 1-1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21일 열린 국왕컵 결승전. 호날두는 0-0이던 연장 전반 12분 헤딩 결승골을 터뜨렸다. 1-0으로 이긴 레알 마드리드는 18년 만에 국왕컵을 품에 안았고 최근 FC바르셀로나에 당한 1무5패의 악몽에서 탈출했다. 경기가 끝난 뒤 호날두는 마음껏 기쁨을 표현했다. 반면 메시는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 2차전이 오는 28일(마드리드)과 다음달 4일(바르셀로나) 열린다. 결승전에 오르는 선수가 4연속 대결의 진짜 승자가 된다. 

 #‘펠레 vs 마라도나’의 오마주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뛰던 2003년 여름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연습 경기(리스본 3-0승)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사로잡았다. 맨유에서 퍼거슨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호날두는 명품 스타로 탈바꿈했다. 2008년 맨유에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안겼고 2009년 6월 축구 역사상 최고액인 165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로 옮겼다.

 메시는 성장 호르몬 결핍이라는 희귀병을 이겨낸 인간 승리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메시는 11세 때 ‘키가 1m50㎝까지만 자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구원자는 FC바르셀로나 구단이었다. FC바르셀로나는 메시의 잠재력을 확신하고 유소년팀에 영입, 식단 관리와 치료를 책임졌다. 1m69㎝까지 자란 메시는 2009년 FC바르셀로나에 6관왕(리그·챔피언스리그·컵대회·스페인 수퍼컵·UEFA 수퍼컵·클럽월드컵)으로 보답했다.

 메시와 호날두의 라이벌 구도는 메시가 FC바르셀로나에서 주전으로 도약한 2006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리그가 달라 직접 만남은 많지 않았다. 2008년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호날두의 맨유는 메시의 FC바르셀로나를 제치고 결승에 올라 우승했다. 이듬해에는 같은 대회 결승에서 만났다. 메시가 헤딩골을 넣은 바르셀로나가 호날두의 맨유를 2-0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사실 누가 이기든 팬들은 즐겁다. 메시와 호날두의 대결을 지켜보는 일은 펠레와 마라도나를 동시대에 보는 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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