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경제학Ⅰ-떠돌이 악사와 궁정악사

중앙일보

입력

경제학적으로 보면 모든 음악활동도 생산과 소비로 요약된다. 미적 가치는 일상적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미적 가치는 음악의 다양한 가치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음악은 정신적 창조행위의 결과인 동시에 사회적.경제적 맥락에서 태어난 상품이다. 악보나 음반처럼 물리적 구체성을 갖춘 경우도 있지만 연주회처럼 끝나고 나면 흔적없이 사라져 버리는 음악상품도 있다.

이점은 문학, 미술 등과 구별되는 음악의 고유한 특징이기도 한다. 음악가라는 직업, 음악가들의 경제적 수입원, 초대권의 역사, 음악의 상품화를 재촉한 음악출판과 레코딩, 음악 후원자 등에 얽힌 이야기를 매주 연재한다.

어떤 마을에 쥐가 들끓어 골치를 앓고 있었다. 어느날 남루한 옷을 입은 피리부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가 피리를 불자 쥐떼들이 나타나 거짓말처럼 모두 강물에 뛰어들어 죽었다. 쥐떼가 사라지자 마을사람들은 언제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느냐며 시치미를 뗐다. 화가 난 남자가 다시 피리를 불자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모두 따라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남자와 함께 산속으로 사라져서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독일의 전설 '하멜린의 피리 부는 사람'의 내용이다.

음악가들은 13세기말까지 대부분 떠돌이 악사 신세를 면치 못했다. 오랜 방랑생활로 흉칙한 몰골은 거지나 노상강도와 비슷했다.

떠돌이 악사들은 연주가 끝나는 즉시 음식이나 말. 의복 등으로 이에 대한 댓가를 받는 '일당 노동자'였다. 애초에 약속했던 대로 연주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강도로 돌변해 약탈.방화도 서슴지 않았다. 연주에 대한 댓가로 헌옷을 주면 귀족 출신의 음유시인들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들 중 일부는 궁정악사(미스트렐)로 정착한다. 경제적으로는 안정된 생활과 함께 연주 독점권도 보장받았지만 여행의 자유는 없었다. 그때부터 음악가들은 경제적 안정과 예술의 자유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로 고민하고 갈등하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