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D-6] 김해을 빅2 후보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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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태호(左), 이봉수(右)


4·27 재·보궐선거일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경남 김해을의 상황은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민주당과의 단일화 승부에서 승리한 뒤 앞서 가는 듯했으나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의 추격 속도가 빨라 판세는 박빙의 접전으로 바뀌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양당 후보를 지켜보는 참모들은 “침이 바짝바짝 마른다”고 말한다. 김태호·이봉수 후보로부터 선거상황을 직접 들어봤다.

매일 90도 인사 5000번 … 운동화도 두 켤레 닳아
체중 4㎏ 빠진 김태호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는 20일 “살이 4㎏ 빠졌다”고 했다. “하도 걸어 운동화 두 켤레가 해졌다”고도 했다. 그는 매일 오전 5시40분쯤 거리로 나가 출근 차량을 향해 허리를 90도 각도로 숙이는 인사를 5000번 정도 한다. 그런 다음 지역을 돌면서 선거운동을 한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선거가 끝나면 야권 연대도 끝난다. 남는 건 당선자뿐 아닌가”라며 “인물을 보고 뽑아달라”고 호소한다.

 -김 후보를 보는 민심은 어떤가.

 “출근길 인사 때 반응이 소극적이었는데, 요즘엔 ‘파이팅’ 하며 격려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나 홀로 선거운동’을 하는 이유는.

 “여당 후보로서 세를 과시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나에 대해 실망들 많이 하셨을 텐데 어떻게 우르르 몰려다니겠느냐. 누를 끼쳤으니 내가 유권자를 만나서 용서를 구하고, 기회를 달라고 사정해야 한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는 다 소명됐다고 보나.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해서 정치의 영역에서도 모두 끝났겠나. ‘김태호는 거짓말을 했다’ ‘뭔가 숨길 게 있으니까 거짓말 했겠지’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안다.”

 -인사청문회 때 박 전 회장과의 관계를 왜 숨겼나.

 “39년 만에 ‘40대 총리’라고 하니까 ‘더 깨끗해야겠다, 흠결을 모두 없애야겠다’는 욕심이 컸던 것 같다. 박 회장과 사적인 만남이 없었다는 걸 ‘일면식도 없다’고 해버렸다. ”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는데.

 “고인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인사를 가는 건 당연하다. 그분의 정신 중 소중한 가치는 누구든 공유해야 한다.”

 -계승해야 할 ‘노무현의 정신’은.

 “사회통합의 가치,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도전정신, 그리고 철새 정치 에 대한 거부 등이 아닐까.”

 -야권이 ‘노무현 정신’을 내세워 후보를 단일화했는데.

 “진짜 노무현의 정신을 함께 계승하려면 통합을 해야지. 선거 때마다 단일화한다는 게 참 우습다.“

 -여론조사에서 이봉수 후보에게 뒤지는 걸로 나오는데.

 “아직 힘들지만 흐름이 중요하다. 지난 경남 도의원·거창 군수·경남 도지사 선거 때도 불리하게 출발했지만 이겼다. 선거에서 진 적이 없다. 도끼질을 할 때도 나무의 결을 잘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힘이 좋아도 도끼가 튕겨 나온다. 이런 생각으로 선거에서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남궁욱 기자

출마하면 밥 못 챙겨줘 기르던 산양 20마리 처분

가축 팔고 배수진 친 이봉수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는 올 2월 애지중지 키우던 산양(山羊) 스무 마리를 팔았다. 선거에 나가면 도저히 밥을 챙겨 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그랬다고 한다. 이후 이 후보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6시30분이 되면 창원터널에 출근인사를 나갔다. 시민들에게는 “김해 사람 이봉수입니다”고 인사했다. 요즘엔 인사하면서 “야4당 단일후보 이봉수입니다”고 말한다. 그는 20일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권의 여러 가지 역주행에 대한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민주당이 이 후보를 열심히 돕고 있나.

 “적극적으로 해 주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도우러 왔고 (경쟁자였던) 곽진업씨가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적극 돕겠다고 했다.”

 -김태호 후보는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주장하는데.

 “지금까지 ‘여당 프리미엄’이 없어 김해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다. 힘있는 여당 후보가 예산을 많이 따가지고 와서 인프라를 하나 더 구축하는 것보다는 지역인사들이 마음을 모아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일시적으로 재기를 모색하기 위해 선거에 뛰어든 사람의 진정성을 유권자들은 정확히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

 -선거 분위기를 어떻게 느끼나.

 “김해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고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귀향해 꿨던 꿈들이 있다. 지금도 하루에 버스가 300대씩 온다. 수많은 인파가 노 전 대통령의 꿈이 어떻게 실현될지 기대하고 있다. 누가 앞장서 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유권자 선택의 기준이 될 거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바짝 추격당하는 것 같은데.

 “김태호 후보가 많이 따라붙은 걸로 나왔더라. 김해가 요즘엔 좀 변했다고 하지만 과거 오랫동안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었지 않나. 나는 처음부터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 후보는 유시민 대표의 ‘아바타’란 얘기가 있다. 이번 선거엔 유 대표의 대선 출마를 위한 대리전 성격이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유 대표의 아바타면 김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아바타인가. 이번 선거는 낙하산으로 등장해 김해의 대변인임을 자처하는 사람과 김해 지역에 뼈를 묻을 사람을 가리는 선거다. 다만 유 대표가 국회의원 한 석 없는 정당의 대표로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정적으로 돕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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