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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교과서 속 이야기 신문에도 있네요] Ⅲ. 비판의 기술 (3) 요즘 우리 사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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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웹툰(인터넷 연재 만화)과 TV 프로그램 대본이 등장했다. 올해부터 중고생들은 국어 시간에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본을 배우게 된다. 잘 정돈된 글을 통해서만 언어의 쓰임을 배우던 이전과 달리 인터넷 댓글이나 영상까지 ‘매체 언어’로 인정돼 국어 수업의 교재가 됐다. 교과서로 매체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신문 기사에서 현재 우리말과 글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파악해 보자. 

중2-1 국어교과서(비유와 상징) Ⅲ. 비판의 기술 (3) 요즘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은 사례를 찾아 NIE 지면에 실었습니다.

개그콘서트 작가 이상덕씨가 말하는 코미디 언어

국어 시간에 ‘개그 콘서트’(KBS 코미디 프로그램·이하 개콘)를 배운다? 올해부터 중·고교에서 사용하는 2008 개정개역 국어 교과서에 ‘매체 언어’라는 단원이 신설돼 신문·방송·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의 콘텐트가 실렸다. 코미디 프로그램 대본으로 풍자에 대해 배우는 식이다. 개콘 작가로 활동 중인 이상덕씨를 만나 개콘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특징을 물었다.

정리=박형수 기자

“소는 누가 키우고?”라는 유행어를 낳은 개그콘서트 ‘두분토론’의 한 장면.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사진=KBS 제공]


-교과서에 개콘 대본이 등장했는데.

“출판사에서 교과서에 개콘 내용을 싣고 싶다는 연락이 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180도 달라진 게 느껴져서다. 교과서로 코미디 대본을 배우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그 유행어를 따라 하는 아이들은 문제아로 취급받았다. 코미디는 비교육적이라는 평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9시 뉴스 메인 앵커가 시청자에게 농담을 던져도 즐거워하는 분위기다. 교육의 범위가 실생활에 사용되는 언어로까지 확장되고, 내용에도 재미를 가미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개콘 제작진들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어린 학생들에게 일말의 악영향이라도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개콘 대사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코미디의 핵심은 풍자다. 세대 간의 갈등이나 문화 현상에 대해 꼬집고 비틀어준다. 개콘은 관람객 앞에서 공연하는 형태라 대사가 한층 간결하고 함축적인 게 특징이다. 인기를 끌었던 코너 중 ‘대화가 필요해’는 가족의 저녁 식사가 배경이다. 드라마나 다른 장르였다면 어머니 역할을 맡은 신봉선씨가 밥을 차리는 장면부터 시작할 것이다. 개콘에서는 밥이 다 차려져 있고 가족들도 모두 식탁에 둘러 앉은 상태에서 ‘밥 묵자’라는 말로 시작한다. 두 번째 대사에서는 곧바로 ‘동민이, 너 성적표 왜 안 가져와?’라며 주제를 알려준다. 군더더기 없이 짧은 호흡의 대사로 웃음을 유발한다.”

-요즘 코미디는 신변잡기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치적 이슈를 풍자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같다.
“풍자에는 명확한 이유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것 저것 다 싫다’는 만사 불만형이나 한 개인에 대한 조롱과 공격은 풍자가 아니다.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면으로 주장하면 된다. 하지만 코미디에서 풍자는 살짝 비켜가면서 묘사해야 한다. ‘이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라고 꼬집어주면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느낀다. 요즘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풍자를 많이 하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다. 인터넷 댓글만 봐도 누구나 정치인이나 재벌 같은 권력층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과 비난이 허용되는 때이다. 굳이 풍자로 비틀어 표현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게 다 대통령 때문이다’라는 댓글을 달 수 있는 시대에, 방송에서 그 이상의 표현을 한다면 그건 풍자가 아니라 독설이나 막말이 된다. 대신 이전과 달리 문화 갈등에 대한 얘기를 많이 다룬다. 지하철 패륜녀 같은 문화적 아노미 현상이나 세대 차이처럼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가 코미디에서 풍자의 대상이 된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창작자와 수용자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시청자 의견에 따라 프로그램 구성이 바뀌기도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청률 조사로만 분석할 수 있었다. 지금은 개콘이 방송되는 중간에도 한 코너가 끝나기 무섭게 화면 캡처한 영상과 인터넷 기사가 뜨고 댓글이 엄청나게 달린다. 이미 쌍방향을 넘어 시청자가 주도하는 분위기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재미 있다’ ‘재미 없다’는 감각적인 평가보다는 코너의 장단점을 예리하게 짚어낸 글에 눈길이 간다. 간혹 제작진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시청자 소감을 보다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전문가적 안목을 갖춘 네티즌도 상당수라 시청자 의견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자료다.”

-대본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제작자들은 자극적인 것에 유혹을 받기 쉽다. 현장 관람객 앞에서 이뤄지는 코미디라 일차원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에 강박관념이 있어서다. 거부감 없는 웃음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글도 철저히 객관화하고 검증하기 위해 애쓴다. 단순한 예 같지만, 말을 어눌하게 하는 캐릭터에게 ‘너 풍 맞았냐?’라는 식의 표현은 절대 쓰지 않는다. 시청자 중에는 그 병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두분토론’ 코너에서 유행어가 됐던 ‘소는 누가 키우고?’라는 표현도 구제역 파동 때 축산농가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상징적인 표현으로 썼지만, 실제 소가 죽어가는 농가에서는 상처가 됐던 것이다.

웃음의 포인트가 달라지는 것도 민감하게 읽어내야 한다. 과거에는 말장난이나 언어의 유희를 하면 폭소가 터졌다. 과장된 분장을 보고도 재미있어 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을 식상하게 느낀다. 대신 공감 코미디가 대세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남녀의 견해 차이 등 누구나 평소 느꼈을 법한 소재를 다루는 걸 좋아한다. 우리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공감할 만한 소재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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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판도 다양한 매체 언어로

매년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은 지구촌 출판의 오늘과 내일을 알아볼 수 있는 세계 최대 책 잔치다. 제62회 도서전의 화두는 스토리텔링이었다. 미디어 사이의 벽을 허무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출판의 미래로 제시됐다. 종이와 온라인을 넘나드는 ‘변신’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몸부림이었다.

디지털시대에 맞는 이야기=개막식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위르겐 부스 조직위원장은 “콘텐트는 경계가 없다. 종이와 온라인의 구분이 희미해진 요즘, 콘텐트는 (매체를 뛰어넘는) 자유를 얻었다”고 말했다. 출판계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도전을 하자는 메시지였다.

조직위는 올해 출판계의 변신을 꾀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디지털과 콘텐트 융합에서 출판의 미래를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뉴미디어에 대한 소개에 그쳤던 예년과 다른 모습이었다. 주요 전시장 여섯 곳에 마련된 ‘핫 스폿(Hot Spot)’에선 ‘무료로 e-북 만드는 법’ ‘디지털과 교실의 변화’ ‘디지털 저작권’ 등의 발표와 강연이 하루 30∼40회 열렸다.

조직위는 이틀간 영화·방송·음악·게임업계 종사자,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미디어’ 개발자, 파워 블로거를 초대해 포럼을 열었다. 그들의 경험을 공유해 미디어 융합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겠다는 취지였다.

유명 작가들의 ‘크로스 미디어’ 사례도 소개됐다. 독일의 아동문학가 코넬리아 푼케는 신작 『레크리스』를 영화 제작자 리오넬 위그램과 함께 쓴 경험을 밝혔다.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켄 폴리트는 『사나운 새벽』의 멀티미디어 버전을 공개했다.

출판사는 줄고, 통신업체는 늘어=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도서전에는 총 111개국, 7533개 업체가 참가했다. 세계 경제의 침체로 위축됐던 지난해(7314개)에 비해 참가업체가 3%가량 늘었다.

전시장 곳곳엔 인터넷·통신업체의 부스가 눈에 띄었다. ‘미디어 융합’의 물결을 실감케 했다. 영국·미국관에 부스를 설치한 구글은 내년 출시 예정인 전자책 서비스 ‘구글 에디션’을 시연했다. 구글과 영국계 출판사들의 저작권 협상이 출판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SK텔레콤은 펼친 페이지에 맞춰 3D 그래픽을 제공하는 청소년용 과학교재 5종을 전시했다. 현지 언론은 “몇 년이 더 지나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e-북 전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중앙일보 2010년 10월 9일자 25면)

신문 일기에 이렇게 정리해요

☞글로 이뤄진 인쇄매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책에 소리·영상 등 다양한 매체 언어가 가미되는 현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쓴다.

☞교과서가 e-북으로 바뀌면 학교 생활이 어떻게 변할까? e-북으로 바뀐 학습 환경을 상상해 가상일기를 써 본다.

☞디지털 매체가 발달하면서 매체 언어 사용이 더욱 일반화되면 국어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해 본다.

참고할 만한 다른 기사 목록

해볼 만한 NIE 활동

1. 유행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아래 글을 참고해 최근 유행어 속에 담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유추해 본다.

세상과 내밀하게 소통할 때 제대로 된 개그가 터진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10년간 몹시도 출렁였던 우리 시대상과 맞먹는다. 변화를 거듭하는 우리 사회를 비틀고 희화화한 무수한 ‘유행어’를 내놓았다.

■“정부는~왜 그런지 아나?”=‘봉숭아 학당’ 초창기엔 유독 정부 등 정치권을 비꼬는 유행어가 많았다. 두번 연속 정권 창출에 성공한 ‘민주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과 실망감이 교차하던 시기였다.

■“그까이꺼 뭐 대~충”=집값 폭등, 실업 대란 등 대충 살기엔 지나치게 각박하고 치열해진 한국 사회를 조롱하는 말이다.

■“똑바로 해 이것들아~”=연공에 따른 엄격한 서열을 표현했다. 서열에 굴복하며 살아가지만 속은 부글부글한 너와 내가 보인다.

(중앙일보 2009년 9월 4일자 ‘개콘 유행어에 담긴 시대의 표정’)

유행어의 예)

“넌 어쩜 그렇게 무바라크 하니?”

“○ 때문이야~ ○ 때문이야~.”

“소는 누가 키우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2. 매체 언어는 글뿐 아니라 소리·영상·사진·만화 등이 포함된다. 제시된 예 중 어떤 매체 언어가 의사 전달이 더 분명하게 되는지 선택하고 이유를 이야기한다.

(가) 교실에서 학생에 의한 교권(敎權) 실추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최근 서울·경기도교육청 등이 잇따라 학교 체벌을 전면 금지하면서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가 부쩍 늘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궁극적으로 ‘체벌 없는 교육’으로 가는 게 옳지만 당장의 체벌 금지가 교실 황폐화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학생 인권 못지않게 교권 확립을 위한 법적 보완책도 강구돼야 한다. 교사가 열정과 자긍심을 갖고 교육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학생을 무서워하고 학생 지도를 기피하는 일이 벌어져선 곤란하다. 수업과 학생지도 등 교사의 교육활동은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중앙일보 2010년 12월 21일자 38면)

(나) 만평

(중앙일보 2010년 11월 2일자 33면)

3.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프로그램 제작에 시청자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을 두고 ‘작가의 고유한 권한에 대한 침해’라는 주장과 ‘시청자도 프로그램의 주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각 주장에 따른 근거를 찾아 토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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