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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관사 반납” 뒤집은 민병희 교육감의 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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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찬호
사회부문 기자

전교조 출신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관사를 신축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춘천시 효자동의 옛 교육감 관사가 37년 된 낡은 벽돌 건물이라 안전 등에 문제가 있어 새 관사를 짓겠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춘천시 신동 춘천농공고 실습지 1000㎡의 부지에 연면적 230㎡ 규모의 1층짜리 관사를 지을 계획이다. 7월 초 착공, 10월 준공할 예정인 새 관사에는 회의실과 접견실 등이 들어선다. 관련 예산 4억600만원도 당초 예산에 편성했다.

 민 교육감은 그러나 2006년 교육감 선거 출마 때 “당선되면 관사를 반납하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2010년 선거 때는 관사에 관한 공약을 하지 않았다. 민 교육감 측은 “2010년 선거 때 관사 공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관사를 짓는 건 공약을 뒤집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관사는 과거 중앙정부에서 지방 단체장을 임명해 내보낼 때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민선 자치시대 다.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이 단체장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관사를 둘 이유가 없어져서다. 관사를 두면 관리비도, 가족 거주비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한다. 전교조 출신 민 교육감은 예전에는 이런 문제점을 잘 알았던 것 같다. 그가 교육위원을 지낼 때 민 교육감 측은 “기존 관사가 너무 크고 간혹 일부 공무원이 관사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어 교육감 당선 이전에는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랬던 민 교육감이 당선 후 생각을 바꾼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업무시간 이외에도 손님을 맞아야 하는 데다 교육계에서도 기존과 달리 서민정서에 맞는 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신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른 지역 교육청이 관사를 매각하거나 다른 교육시설로 활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옹색하기 그지없는 해명이다.

 더욱이 민 교육감은 현재 옛 관사에 살지도 않는다. 지난해 10월 도교육청이 임대한 134.9㎡형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말로는 “참교육”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권위주의’를 좇는 모습을 보이는 교육감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지 민 교육감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이찬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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