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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회복 ‘진짜 코리안 드림’이룬 해외입양인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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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신승연씨 가족. 19일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신씨 가족이 국적취득 증서와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네덜란드에 입양된 지 35년 만에 국적을 회복한 신승연씨와 아들 현빈·허빈, 딸 가영, 아내 김영희씨(오른쪽부터). [김상선 기자]


“아내와 함께 한국 국적을 얻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어릴 적 소망을 이뤘어요.”

 기억도 없던 어린 시절 네덜란드로 입양돼 35년 만에 한국 국적을 얻은 신승연(40·회사원)씨는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19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만난 신씨는 “지금의 아내를 만났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입양의 아픔을 알고, 가족(뿌리)을 찾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같은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1997년 네덜란드에서 신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김영희(41)씨는 2년 전 남편의 뜻을 따라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초등학교 교사직을 버리고 왔다. 김씨는 “애들 교육문제로 한국에 정착하는 데 고생은 좀 했지만 이젠 괜찮다”며 “국내 최초로 복수국적을 갖게 된 입양아 출신 1호 부부라는 사실만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씨 부부는 5세 때 네덜란드에 입양돼 양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1994년 네덜란드 한국 입양인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화훼농장을 하는 양부모 밑에서 자랐던 신씨는 네덜란드대학에서 항공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항공사에 근무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활을 하다가 지금의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결혼 후 아내와 몇 번 한국을 다녀갔지만 국적 회복 신청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허빈(13)·가영(11·딸)·현빈(7)에게 한국인이란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어서였다.

 신씨는 “친부모를 찾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이미 1982년에 돌아가셨다”며 “엄마는 몇 번 만났는데 2006년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셨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는 “그동안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아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네덜란드 국적을 포기하면 길러주신 양부모께 죄 짓는 것 같아 망설였다”며 “지난 1월 법무부가 개정 국적법을 시행해 ‘대한민국 내에서 다른 나라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복수국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 국적법은 해외 우수 인재나 입양아 출신 등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한다.

 신씨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법무부 앞 잔디밭에서 태극기를 펄럭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한국어·네덜란드어·영어를 모두 유창하게 하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 축하해요”라고 외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 아빠가 받은 국적증서를 꾹 움켜쥐었다. 이날 신씨 부부 외에도 13명의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 국적을 부여 받았다.

글=임현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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