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5P 떨어지고 원화가치는 3원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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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은 조용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떨어뜨렸다는 소식에도 재정부는 19일 분석자료를 따로 내지 않았다. 일본 대지진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때면 으레 정부의 분석과 판단을 담은 자료를 내곤 했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은성수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일단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5.04포인트(0.70%) 내린 2122.68에 마감했다. 사흘째 조정을 이어갔지만 큰 폭의 가격조정은 없었다. 코스닥지수는 526.62로 1.90포인트(0.36%) 하락했다. 아시아권 증시도 미국발(發) 악재에 약세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21%, 대만 가권지수는 0.87% 내렸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다시 부각됐지만 달러는 강했다. 원화가치는 소폭 떨어졌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3.1원 내린 1091.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금융시장에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 전망의 하향 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며 “신용등급 전망 하향에도 미 국채 가격은 올랐고 달러는 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미국 재정 상황을 비관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며 “정치권에 경고를 던진 것으로 실제 등급 하향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S&P의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을 ‘뒷북치기’라며 비판하는 분석도 있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을 낮추려면 2년 전 서브프라임 사태 때 벌써 낮췄어야 한다. 미국 경제가 이런 부정적 언급에 견딜 만한 수준이 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한 뒷북치기로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시장은 미국채 신용이 현재 등급에 못 미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일시적 등락을 제외하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를 빌미로 달러는 반등의 모멘텀을 찾을 것이고 원화가치도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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