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검찰에 정체성 없어 일 많이 하고도 욕 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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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준규(사진) 검찰총장이 18일 “검찰에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없다”고 자탄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대검찰청 별관 4층 강당에서 열린 ‘대한제국 1세대 검사 이준 열사 기념 학술 심포지엄’ 인사말을 통해서였다. 그는 10여 분에 걸친 인사말의 말미에 이같이 말한 뒤 “그래서 현재 검찰은 일은 많이 하는데도 욕을 많이 먹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김 총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 2일 ‘전국 검사장 워크숍’에서 나온 소설가 김훈(63)씨의 쓴소리와 맥이 닿아 있다. 당시 김씨는 민간 검찰정책자문단 멤버 자격으로 참석해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의 원인은 (검찰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직언했었다.

 김 총장의 발언을 두고 대검 간부들은 “최근의 착잡한 심경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실제로 국회 사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대검 중수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 카드로 검찰 조직을 압박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 직속의 수사기관이다. 가뜩이나 국민의 불신감이 작지 않은 상황에서 대검 중수부마저 폐지될 경우 조직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검찰을 당혹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김 총장은 이준 열사 기념 프로젝트를 추진한 계기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검사협회 회의에 가벼운 기분으로 갔는데 개회식 장소가 이준 열사가 104년 전 들어가려다 못 들어간 ‘기사의 전당’이었다”며 “그때 이준 열사가 헤이그에서 느꼈을 고뇌를 절감했고 회의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기념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1907년 오늘(4월 18일)은 이준 열사가 고종 황제로부터 헤이그 특사 밀명을 받고 떠난 날”이라며 “열사가 당시 갈망했던 검찰의 모습이 우리가 세워야 할 대한민국 검찰의 아이덴티티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수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검찰청 검찰총장(제37대)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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