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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기처럼 책 10권, 100권 제작하는 사업 커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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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교육출판기업 ‘미래엔’의 원래 이름은 대한교과서다. 창립 60주년이던 2008년 ‘미래엔컬처그룹’으로 개명했다가 올해 다시 ‘미래엔’으로 이름을 바꿨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고, 국내 교육 출판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라는 게 이 회사 김영진(37·사진)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4세 경영인이다. 1948년 대한교과서를 설립한 고 김기오 선생이 그의 증조부다. 김기오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계몽운동을 펼치다 광복 후 문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국정교과서 발행 업체인 대한교과서를 설립했다. 54년에는 문예지 ‘현대문학’을 창간했다. 김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래에셋에서 일하다가 2002년 미래엔에 합류했다. 당시 미래엔은 98년 인수한 국정교과서사의 부실로 고전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초등학교 저학년 주요 교과서(국어·도덕·사회 과목 등)는 국정교과서사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교 주요 교과서는 대한교과서가 정부에서 독점적인 발행권을 받아 제작·인쇄했다. 주요 교과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으니 안정적인 회사 경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부가 2003년부터 교과서 발행을 입찰제로 바꿨다. 사실상 독점이던 주요 교과서 발행권을 여러 민간기업에 나눠준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교과서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주요 교과서 부문 비중이 25%대로 뚝 떨어졌고 회사는 위기에 빠졌다. 이때 합류한 김 대표는 재무팀장·교재전략기획팀장 등을 거치며 사업 영역을 유아·성인 대상물과 참고서 시장 등으로 넓혀나갔다. 덕분에 회사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해 대표이사에 취임한 그는 디지털 출판을 회사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디지털 인쇄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김군호 전 아이리버 사장을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최근에는 학습만화 ‘내일은 실험왕’ 시리즈를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으로 만들어 출시했다. 종이책 콘텐트를 그대로 앱에 실어놓은 다른 만화 앱들과 달리 ‘내일은 실험왕’ 앱은 독자들이 그 안에서 직접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게 꾸몄다. 지금까지 2만 명 이상이 이 앱을 내려받았다. 상반기 중에 영어·중국어·일본어 버전도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올해 태블릿PC 보급이 늘면서 e-북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아·아동 서적의 경우 앱 형태로 만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적은 부수의 책을 출판해주는 디지털 프린팅 사업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종의 컬러 복사기처럼 10권이나 100권 단위로 책을 제본해 주는 사업이다. 적은 돈으로도 나만의 책을 제작할 수 있다.

 그의 꿈은 교육출판 기업에서 교육문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할아버지 김광수 명예회장께서 ‘회사 경비 서라고 대표 자리 앉힌 것 아니다’라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며 “열심히 키워나가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인 출판 분야에도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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