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으로 ‘아메리칸 드림’ 고국투자로 ‘코리언드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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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에서 ‘코리언 드림’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교포사업가

김윤종씨(50·미국명:스티브 김)가 한국과 미국의 유망 벤처기업들을 발굴,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컴퓨터 네트워킹 장비업체 자일랜(Xylan)을 설립, 초고속 성장의 신화를 이뤄 왔던 김윤종 사장은 지난 99년 12월25일 한국과 미국의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억 달러(한화 1천2백억원)를 투입, 벤처펀드를 만들기로 발표했다.

이번 투자결정은 최근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씨의 1억 달러 한국 투자발표에 이은 ‘한국계 벤처펀드 2호’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벤처 시장이 그만큼 성숙해 가고 있다는 반증이며 또한 이를 계기로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공략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사실 그간 ‘구조조정 펀드’등으로 쏟아지던 외국계 자금은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벤처쪽으로 물길을 돌린 상태.

미국 나스닥에서 성공을 거둔 외국계 벤처투자자들이 활황세가 완연한 한국 벤처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속속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대만의 경우 벤처투자사업이 활발하지만 한국교포가 외국에서 벤처투자펀드를 설립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은 물론, 재미 한인 신진기업가들에게도 큰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에 설립되는 벤처투자사에는 지난해 3월 자일랜을 20억 달러에 매입한 프랑스의 통신장비업체 알카텔(Alcatel)이 출자금 1억 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김씨를 비롯한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담당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터넷과 테크놀로지 관련 7개 벤처기업에 이미 투자를 시작한 김씨는 앞으로 창의력·인력구성·시장성 등을 정밀 검토한 뒤 40~50개의 벤처기업을 골라 50만~3백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김씨는 “한국에만 투자가 치중되는 것은 아니며 재미 한인기업들 중 좋은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한국의 창업투자회사들과 연계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새로운 벤처문화 창달에도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출신으로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김씨는 76년 도미, LA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전자공학과 커뮤니케이션(석사)을 전공했다.

미국의 방위산업체인 리튼사 등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첨단 기술의 히어로’가 되는 꿈을 꾸며 독립, 84년 친구와 함께 자택 주차장에서 파이버먹스라는 벤처기업을 열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광케이블을 사용한 네트워크 장비를 만들자마자 NASA와 CIA에 납품 하는 등 눈부신 성공을 거둔 그는 91년 파이버먹스를 미니어폴리스 텔레컴에 5천4백만 달러에 매각했다.

93년 자일랜을 시작한 그는 6년 뒤인 99년 3월, 프랑스 알카텔에 20억 달러에 회사를 파는 등 미국 벤처업계의 신화적 존재로 군림해 왔다.

또한 자일랜은 96년 타임(TIME)지가 선정한 ‘1백대 초고속 성장기업’들 중 1위를 차지해 전세계 벤처기업가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김씨는 현재 알카텔에 회사를 매각한 후 지분 35%를 인정받아 알카텔의 계열사로 자일랜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업이익 사회환원 차원에서 미국의 모교인 UCLA 치대에 1백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그의 전 부인인 김정실씨는 현재 국내 벤처캐피털사인 와이즈-내일 인베스트먼트의 투자심의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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