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아, 인터넷 강의로 대학 문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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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수강이나 과외를 하지 않고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로만 대학 합격의 문을 연 남매·자매가 있다. 오빠와 언니는 자신의 수강 경험까지 전수해 동생들의 인강 활용도를 높여 주고 있다. 신영욱(18·KAIST 1년)·유림(16·부산국제고 1) 남매와 고은혜(22·숙명여대 4)·여경(19·숙명여대 1)자매가 그 주인공. 고은혜·여경 자매의 남동생 동현(16)군도 올해 고교 1학년이 되면서 누나들의 추천으로 인강을 듣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강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좋은 길잡이”라고 말했다.

휴일·방학 때 집중적으로 인강 들어

부산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올해 KAIST에 첫 발을 디딘 신군의 학업 도전 뒤엔 인강이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었다. 한 학년이 10개 반이었던 중학생 시절 신군은 반에서 1~2등을 다퉜다. 그러나 전교 성적에선 10여명의 다른 우등생이 늘 자기 앞에 있었다. 그런데 졸업 직전 신군은 이내 전교 1등에 올라설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성향이 이어졌다. 과학고 입학 직후엔 한동안 전교 80등에 머물렀다. 소위 영재들만 모인다는 곳이라 중학교에서처럼 일취월장을 섣불리 기대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졸업하기 전엔 결국 10등 전후까지 성적을 끌어올렸다. 게다가 철옹성처럼 10위권 성적을 굳건히 유지했다. 신군은 “상위권에 오르려면 의존하는 공부에서 벗어나, 내가 주도하는 전략적인 학습이 필요하다”며 “인강이 그 길잡이가 됐다”고 말했다.

신군은 인강을 학교 수업과 분리해 활용했다. 학기 중엔 학교 수업에, 휴일과 방학엔 인강에 집중했다. 과학고와 KAIST 입시를 치르려면 내신 성적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므로 학교 수업 예·복습에 주중 시간을 할애했다. 교과서→노트필기→문제집 순으로 개념 이해에서 문제 풀이까지 연이어 공부하는 방법으로 실력을 키웠다.

휴일과 방학 땐 선행학습을 하는데 인강을 도구로 활용했다. 2~3년 뒤에 배울 수학·물리·생물 교과 내용을 인강으로 심화학습을 했다. 신군은 “학교의 학년별 교과 진도에서 벗어나, 수학이라는 분야를 보다 앞서 깊게 파고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취약한 부분만 반복해 인강을 청취하는 방법을 병행했다”고 덧붙였다. 신군은 인강을 수강한 경험을 여동생 유림양에게 전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 키울 수 있어

올해 부산국제고의 신입생이 된 신양도 그런오빠를 따라 중3 부터 인강을 듣기 시작했다. 예습을 할 때 인강을 활용했다. 신양은 “혼자 교과서를 읽기보다, 강사의 설명을 듣는 것이 이해하기 쉽고 기억이 오래 남아 인강을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양은 부족한 수학·지리·국사 실력을 보완하는데 인강을 주로 활용했다.

오빠의 조언에 따라 3단계 학습(강의청취→부족한 부분 청취반복→5분 동안 정리)을 실천했다. 신군은 “동생이 처음엔 혼자 인강을 듣는 것에 적응하기 힘들어 했지만, 습관이 되면서 차츰 집중하는 시간도 늘기 시작했다”며 동생을 관찰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인강은 듣는 것만으로 그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인강이 끝난 뒤엔 들은 내용을 바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빠 덕에 신양은 부족한 내신 성적을 높이게 돼 국제고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신양은 “국제고와 들어와서도 계속 인강을 듣고 있다”며 “나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점이 인강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남매는 “초등생인 막내 동생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 인강으로 공부하게 만들 것”이라며 “자신들의 경험을 정리해 도와줄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강으로 내신·수능 해결, 동생도 따라 시작

여경양도 언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인강을 시작했다. 여경양은 올해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에 합격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 학교공부와 인강 수강만으로 대학에 합격한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인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맏딸을 인강으로 대학에 보낸 부모의 추천도 한 몫 했다. 여경양은 “인강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학교 내신과 수능, 두마리 토끼를 모두 준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면 인강만보는 공부법을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양은 수학·영어·논술을 공부하는 데 인강을 활용했다. 이와 함께 질의응답 게시판을 자주 이용했다. 모르는 내용을 혼자 풀려고 고민하기 보다, 강사에게 물어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과 수준을 반대로 확인·점검했다. 여경양도 방학을 인강 공부에 집중 할애했다. 영어는 내신과 수능을 함께 준비하기 위해 독해에 활용할 수 있는 문법 위주로 공부했다. 특히 부족한 수학 실력을 높이는데 인강을 많이 이용했다. 기초부터 탄탄히 다졌다. 이어 심화·응용 강의만 골라 반복해 들었다. 이와 함께 1학기 앞서 인강으로 선행학습을 했다.

그 결과 서울 당곡고 1학년 때 5등급이던 수학 성적이 2학년에 가선 2등급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영어도 4등급에서 2~3등급으로 올라섰다. 여경양은 “언니의 모습을 보고, 인강만으로도 내신과 수능을 모두 준비할 수 있을거란 믿음을 갖고 실천에 옮겼다”고 말했다.

언니인 은혜(숙명여대 교육학부 4년)씨는 4년 전 대학입시 수시모집 1차에서 학업성적우수자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했다. 은혜씨는 인강을 활용한 수험 경험을 동생에게 들려주면서 3원칙을 전수해줬다. ‘유명 강사가아닌 내게 맞는 인강 강사부터 찾을 것, 부족한 과목부터 집중해 들은 뒤 점차 과목수·학습범위를 넓혀나갈 것, 인강을 들은 뒤엔 스스로 내용을 정리하고 문제를 풀어볼 것’등이다.

두 누나의 성과와 조언에 따라 막내 동현군도 올해부터 인강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올해 고교에 들어가면서 인강으로 내신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여경양은 “동현이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도록 언니와 내 수강 경험을 전수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올해 KAIST 새내기가 된 신영욱군이 수업 직후 캠퍼스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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