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평양시에 등장한 한국물품 포장박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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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한국 물품이 큰 인기라는 사실은 대북매체 등을 통해 많이 보도됐다. 하지만 그 증거가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대부분 탈북자의 증언이나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사람들의 증언에 의존한 보도였다.

그런데 평양의 최근 풍경을 찍은 사진에 평양주민이 한국업체가 만든 과자 박스를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 사이트(주진조선)가 공개한 이 사진에는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평양의 모습'이란 설명이 붙어있다.

이 사진에 찍힌 중년 여성은 모이를 쪼는 닭을 바라보고 있다. 중년 여성 바로 옆에는 농심이 만든 양파링을 포장한 박스가 놓여 있다. 포장박스의 상태는 상당히 양호하다. 양파링을 다 팔고 포장박스를 재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여인은 아파트에서 기르던 닭에게 볕을 쬐주기 위해 박스에 담아와 길에 풀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평양 시내에서 한국물품을 포장한 박스의 사진이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고위층 간부들이 많이 사는 평양에서 공공연하게 한국산 물품의 포장박스가 길거리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물품이 북한 내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의 장마당에서는 "아랫마을(한국) 것이 없느냐"고 묻는 북한 고위층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올해 1월 5일 통계청은 "북한에서 한국 물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통계청은 한국산 샴푸와 린스, 향수, 쇠고기 다시다, 커피믹스, 화장실 방향제, 초코파이 등 생활용품은 없어서 못파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평양 여성들은 목욕탕에 갈 때 한국산 샴푸나 린스를 가져가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진다'는 생각할 정도라는 것. 한국산 샴푸는 490g들이 하나에 1만원 가량 한다. 또 쇠고기 다시다는 500g에 2만원, 커피믹스 20개들이 1박스는 1만원, 초코파이는 개당 700원에 거래된다. 북한에서 쌀 1㎏에 2000원 정도하는 물가사정을 감안하면 다시다 1개는 쌀 10㎏에 해당하는 고가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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