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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100세 장수 시대가 진정 축복이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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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환갑잔치가 사라지고, 칠순(七旬)도 여느 생일처럼 보내는 시대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는 이미 옛말이다. 실제로 현재 65세인 여성은 기대 수명이 86.5세다. 고령화를 지난 우리나라는 2018년이면 고령사회, 2026년이면 인구 20%가 65세 이상인 초(超)고령사회가 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장수시대’를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더욱 문제는 고령화의 속도다. 초고령에 이르기까지 영국 92년, 미국 86년, 독일 80년, 일본 36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불과 26년 만에 도달할 전망이다. 그만큼 빠르게 사회 전반에 충격파를 미치지만, 대비할 기간은 짧다. 정부는 물론 개개인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먼저, 낮은 출산율이다. 지난해 여성 1인 기준 합계출산율은 1.15명이다. 일본의 1.37보다 낮고, 현상유지를 위한 ‘인구대체수준(2.1)’에도 크게 못 미친다. 미래세대는 태어나는 순간 고령세대 부양이란 짐을 떠안아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출산장려대책은 체계적이지도 않고, 효과도 의문이다.

 다음, 준비 없는 노후다. 지난해 기준 은퇴자산은 200조원으로 국내총생산의 17.5% 수준이다. 미국은 84%, 일본은 39%란다. 여기에 자녀에 ‘올인’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은퇴 대열에 가세했다. 이미 노년 빈곤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얼마 전 폐지(廢紙) 뭉치를 놓고 싸우다 다친 할머니 사례는 고령사회의 어두운 일면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한 고리이고, 결국 재정문제로 귀착된다. 보육과 교육, 연금과 요양복지, 재취업 모두가 그렇다. 동시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풀어야 할 범국가적 ‘인구문제’다. 일본은 2006년 4월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세제 혜택과 지원금을 통한 65세까지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에 기업 95.4%가 참여한다. 고령화 대책 일환이다.

 건강한 100세는 말 그대로 ‘장수만세’다. 국가적·사회적·개인적으로 ‘준비된 장수’는 축복이지만, 아니면 모두의 고통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비가 시급하다. 우리 모두 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