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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골프 비빔밥(13) 골프만 치지 말고 ‘골프 +α’로 즐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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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스크린 골프를 통해 골프가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기는 했지만, 골프는 여전히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더구나 골프를 배우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는 요즘 100타 언저리를 갓 벗어난 마음골프학교 학생들에게 ‘골프 플러스 알파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골프 플러스 알파 운동’이란 골프와 취미의 결합 혹은 골프와 자신의 전문성(직업)을 결합시켜 또 하나의 영역을 개척하자는 제안이다. ‘골프도 마음대로 안 되는데 거기다 뭘 더 엮어?’ 하고 말하는 이가 많겠지만 자식 ‘하나’가 더 기르기 어려운 법이다. 온갖 정성과 기대를 쏟으면서 골프 하나만을 바라보고 갈 세월이 너무 길다. 그 하나를 바라보고 가니까 골프도 자식도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된다.

잘 생각해 보면 이미 10여 년 동안 골프를 해온 사람이든, 이제 막 100타를 깬 사람이든 앞으로 골프를 해야 할 남은 세월이 10년은 족히 넘을 것이다. 무엇을 하든 1~2년의 노력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10~20년 후를 바라보면서 ‘나만의 영역’을 개척해 간다면 오직 골프만을 배우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경지에 이르러 있을 것이다.

골프와 사진의 결합도 좋고, 골프를 하면서 공이든 볼 마크든 수집을 하는 취미도 좋다. 꽃이든 나뭇잎이든 채집을 하는 것도 좋다. 골프와 글쓰기도 좋고, 골프와 그림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직업이 건축이라면 언젠가는 클럽 하우스나 그늘집을 멋지게 디자인하겠다는 꿈으로 자료를 모아가는 것도 좋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골프와 관련된 사업거리를 모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주부들이 아파트 디자인에 아이디어를 내고, 가전제품의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의견을 묻는 시대다. 공도 잘 쳐야 하지만 스타일도 멋이 있어야 한다면서 라운드 전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의상 선택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이라면 골프 의류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공부도 하면서 골프 의류회사에 제안을 해 볼 수도 있다. 마음골프학교 졸업생 중에는 한의사가 잔디 농약을 연구하고, 무기제조 회사의 간부가 스크린 골프의 센서를 연구한다. 골프와 인문학이 만나도 좋고 골프와 자연과학이 만나도 좋다.

보험의 시대다. 불우한 노년을 막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만이 보험일까. 정년 후에도 행복하게 뭔가 일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보험가입 아닌가. 그렇다면 ‘골프 플러스 알파 운동’은 어쩌면 진정한 보험일 수도 있다. 그토록 사랑하는 골프를 하면서 좋아하는 취미도 즐기고 평생 해 왔던 전문성을 연장해서 그것이 조그마한 수익이 생기는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옛날에는 영어만 잘해도 취직이 잘되고, 대접을 받았다. 그렇지만 요즘은 영어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골프도 꼭 그렇다. 골프 치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때는 골프를 친다는 사실만으로도 차별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골프와 다른 것이 혼합된 한 차원 높은 골프만이 가치를 갖게 마련이다.

이제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는데 즉각 도움이 되는 팁이나 알려주지 뭔 김 빠지는 소리를 하나 싶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샷 중심주의’ 에서 ‘스코어 중심주의’로! 스코어 중심에서 골프 그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골프만을 즐기는 것에서 골프와 더불어 즐기는 어떤 것으로 지평을 넓히는 것이 당연히 스코어를 좋게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제안을 하는 것이다.

그런 골프라야 그 많은 시간과 비용들 들여도 아깝지 않다. 그런 골프라야 더 풍성한 콘텐트가 되어 다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고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미래의 먹을거리가 되어줄 것이다.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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