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그래도 우리는 사막으로 갑니다, 황사 잡으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지난 9일 중국 네이밍구의 쿠부치 사막에서 소나무 묘목을 심고 있는 미래숲의 대학생 봉사자들. [사진=미래숲 제공]

오전 11시가 넘었는데도 사막의 공기는 뜻밖에 싸늘했다. 작고 고운 모래 구름이 하늘 가득 뒤덮이며 태양을 가렸다. 일부는 바람을 타고 옷 사이를 파고 들었다. 거칠게 몰아치는 모래에 맞서자 눈을 뜨기도, 숨을 쉬기도 힘들다. 사막의 풍경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이내 한 무리는 묘목을 옮기고 한 무리는 삽을 움켜진다. 황량하던 사막에 낯선 활기가 돈다.

9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쿠부치(庫布齊) 사막. 황사를 막기 위한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이하 미래숲) 녹색봉사단의 나무심기가 시작됐다. 베이징에서 북서쪽으로 460㎞ 가량 떨어진 이 곳은 우리나라를 괴롭히는 황사의 발원지 가운데 가장 동쪽에 있는 사막이다. 이곳에서 날린 모래는 편서풍을 타고 이틀이면 베이징, 사흘이면 서울의 하늘을 뿌옇게 덮는다. 원래 초원지대였지만 1950년대 이후 급격히 사막화하기 시작, 지금은 제주도 면적의 10배쯤 된다.

녹색봉사단은 2001년부터 해마다 대학생을 선발해 중국에 나무를 심어 왔다. 10주년을 맞은 올해는 한·중 관계자들은 물론, 중국의 대학생 봉사자와 현지 주민들까지 300여명이 총 2000그루의 소나무 묘목을 심었다. 10기 봉사단의 김주태(충북대 산림학과 4)군은 “순식간에 나무가 심어지는 것을 보니 정말 황사를 막을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진배(35·한국표준협회 KS심사원)씨는 1기 봉사단 출신이다. 김씨는 “2001년 처음 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행사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지 몰랐다”며 감회에 젖었다. 김씨의 아내 윤여진(33·생태산촌만들기모임 팀장)씨 역시 2기 봉사단이었다. 그 인연으로 올 1월 결혼한 두 사람은 휴직 중에 이번 행사에 함께 참가했다.

또 다른 황사발원지인 몽골에서도 우리나라 NGO 등이 주체가 된 나무심기가 한창이다. 푸른아시아는 2000년부터 11년째 몽골 지역 나무심기 사업을 주관해온 단체다. 현재 몽골의 4개 지역에서 나무를 심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443명의 봉사자가 몽골을 방문했다.

사실 푸른아시아와 미래숲 모두, 초기 사업성과는 좋지 않았다. 나무는 사막의 거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부분 금세 죽었다. 이승지 푸른아시아 정책팀장은 “처음엔 우리 사업을 오해한 주민들이 일부러 가축을 풀어 숲을 망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노하우가 쌓였다. 사막 지형에 강한 포플러나 소나무 같은 종들을 심어 생존율을 70%까지 끌어 올렸다. 봉사활동과 문화교류를 수년간 꾸준히 이어오자 주민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최근에는 지역민을 고용해 조림지를 관리하는 등 현지주민과 연대한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가 중국 내몽골에 2008년부터 조성 중인 초원의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국내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경기도·SK에너지 등이 중국 쿠부치 사막 나무심기에 지원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차칸노르에 초지를 조성 중이다. 산림청과 대한항공은 중국과 몽골 두 지역 모두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몽골 바가노르구 ‘대한항공의 숲’ 조성 사업을 아예 신입사원 연수 코스로 만들었다. 경남도와 수원시도 새롭게 예산을 편성해 각각 중국과 몽골에 나무심기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한국의 황사는 여전하다. 희망적인 건 죽은 땅에 조금씩 생명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것, 그리고 현장을 목격한 봉사자들의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9·2010년에 이어 올해도 몽골 나무심기에 참가할 계획이라는 전한나(용인외고 3)양은 “수능보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사막화를 막는 게 더 급하다”고 말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우리는 사막에 나무가 아니라 사람을 심는다”고 말한다. 전 양이 바로 사막에서 심어 키운 사람인 셈이다.

중국 쿠부치 사막=박성민 행복동행 기자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 총회
10월 창원서 아시아 첫 개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에서 점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막화는 이제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이 1994년 사막화방지협약을 채택한 이유다. 기후변화협약·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환경 관련 3대 국제협약 중 하나다. 사막화 피해로 인한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는 99년에 가입했다.

2년마다 개최되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총회가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10월 10일 경남 창원에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이다. 그간 중국·몽골 정부와 협동하여 사막화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해 얻은 성과다.

경남도와 별도로 동북아산업포럼·미래숲·푸른아시아 등 40여 개 단체는 지난 3월 ‘사막화방지 NGO 네트워크’를 만들어 총회 준비에 들어갔다. 사막화방지를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시키겠다는 목표다. 총회 기간 동안 25개의 부스를 설치하고 사막화방지 홍보활동을 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