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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등록금 벌려면 알바 1000시간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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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학교 ‘근로장학생’인 인하대생 김현철씨가 지난 8일 학내 도서관에서 책을 나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인하대 학생 김현철(23·산업공학과 2년)씨는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다섯 학기째 휴학 중이다. 올해 이 대학 산업공학과의 한 학기 등록금은 3.9% 오른 432만원. 김씨는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으로 4320원이니까 아르바이트를 1000시간 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2007년 입학한 김씨는 2학년 2학기까지 마친 뒤 등록금 부담에 휴학계를 냈다. “학자금과 생활비로 대출받은 돈이 2000만원 가까이로 불면서 겁이 났습니다.” 김씨는 연 6~7%의 이자율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지금은 대출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30세부터 원리금을 함께 갚아야 한다.

 학기 중에도, 휴학 중에도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여읜 김씨는 혼자 힘으로 남매를 키우는 어머니에게 손을 벌릴 수 없었다.

방학 때 공사장에서 일당 7만원씩 받고 한 달 꼬박 막노동을 했다. 학교에서 가까운 인천 남동공단 휴대전화 부품공장에서도 방학마다 2개월씩 일했다. 계속되는 노동에 지친 김씨는 올 2월 복제약물 실험 대상이 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2박3일씩 두 번 합숙하는 동안 총 32번 채혈을 했다. 물도 자유롭게 마시지 못했다. 김씨가 손에 쥔 돈은 38만원. 등록금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이다.

 생활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에 치여 공부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학점도 좋지 않다. 김씨는 지난해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학기에 복학하기로 마음먹었다. “졸업할 때쯤이면 약 4000만원의 빚이 생기겠지요. 하지만 일단 대학은 나와야 어머니 호강시켜 드릴 것 아닙니까.”

글=채윤경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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