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21] 거래 결재 수단

중앙일보

입력

이제 좀처럼 돈 구경을 하기 어렵다.

''전자지갑'' (e캐시) 이나 ''스마트카드'' 하나만 들고 다니면 인터넷 공중전화도 걸고 택시도 타며 동네 구멍가게에서 껌도 살 수 있다. 톨게이트도 그냥 달려 통과하는 것으로 족하다. 레이저 감지 장치에 의해 통행료가 자동으로 전자지갑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전자지갑.스마트카드 등은 국제 표준을 획득, 전세계 어디서나 현지 화폐 단위로 통용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로 나갈 때도 예전처럼 번거롭게 달러.엔.마르크 등 현지 돈을 미리 바꿀 필요가 없다. 환율 계산은 컴퓨터에 맡기면 되게끔 전자지갑의 기능이 고도화돼있기 때문이다.

전자지갑은 전자상거래의 결제 수단으로도 보편화돼 재래식 거래의 90% 이상이 전자지갑.스마트카드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세원(稅源) 감추기.비자금 같은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다.

비자 인터내셔널의 데니스 고긴 아태지역 사장은 "2006년까지는 기존의 비자카드를 다기능 원카드인 스마트카드로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고 말한다. 하나의 카드에 개인의 신상정보는 물론 의료.증권.교통.전화등 일상 생활속에서의 모든 결제기능을 담겠다는 것이다.

e캐시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는 몬덱스사는 전자화폐에 전자상거래 결제 기능까지 추가한 새 개념의 전자지갑을 2000년대 초반에는 일반에 보급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서울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전자상거래나 다기능 원카드를 쓸 때의 보안 문제도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본다. 사용자의 지문(指紋) .눈동자등이 기억된 카드가 사용자 식별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 도난.분실.해킹의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것이다.

문제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세례에서 소외돼 있는 오지. 전자지갑.스마트카드가 무용 지물인, 이름하여 ''인터넷 슬럼'' 지역들이다. 이곳에선 상인들이 여전히 현금을 고집한다. 그렇다고 현금을 꼭 들고다닐 필요는 없다.

''전자화폐 사용 불가 지역'' 이라는 팻말이 붙은 공항이나 도로의 입구에는 전자화폐를 현지 화폐로 교환해 주는 간이 금융기관이나 환전소가 있다.

돈은 좀 여유있게 바꾸는 편이 낫다. 사용하다 남은 돈은 이 지역을 떠날 때 다시 전자화폐에 ''충전'' 시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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