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럭비 월드컵으로 희망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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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 월드컵으로 뉴질랜드는 다시 일어날 겁니다. 일본도 그러길 바랍니다.”

12일 한국을 방문한 숀 피츠패트릭(48)은 뉴질랜드의 전 럭비 대표 선수다. 그는 뉴질랜드 정부가 임명한 월드컵 홍보대사 자격으로 이날 한국을 찾았다. 피츠패트릭은 “크라이스트 처치에 지진이 발생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힘든 상황”이라면서 “럭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뉴질랜드 월드컵은 20개 국가가 참가한 가운데 9월 11일 개막, 7주간 치러진다. 한국은 본선 진출에 실패해 참가하지 않는다. 뉴질랜드 상공화의소에 따르면 럭비 월드컵의 경제 기대효과는 5억 3500만 달러(5800억원)에 달한다. 예상 시청자수는 400만명이다.

특히 인구 400만의 조그만 나라 뉴질랜드에서 럭비는 종교다. ‘올블랙스(뉴질랜드 대표팀의 애칭)’ 선수들은 어떤 연예인 보다 큰 인기를 누린다. 1990년대 올블랙스의 주장으로 활동했던 피츠패트릭 역시 국민적인 스타다. 현역에서 은퇴한 후 현재는 영국 BBC와 유럽의 스포츠 채널 SKY SPORTS의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럭비는 비인기종목이다. ‘그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꼭 럭비 월드컵을 보고 즐겨달라는 뜻은 아니다”며 “팀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피츠패트릭은 “본래 크라이스트 처치에서도 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지진여파로 모두 취소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올블랙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훈련 캠프를 크라이스트 처치에 두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에서도 가장 강인하고 고집 세기로 유명한 동네다. 지역 럭비팀 캔터베리는 다른 지역 출신 선수들을 잘 선발하지 않는다. '우리 지역의 선수들이 가장 뛰어나다'는 자존심 때문이다. 실제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럭비 선수인 댄 카터가 이 지역 출신이다. 피츠패트릭은 “강인한 지역 사람들인 만큼 점점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며 "럭비 월드컵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에 대해서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가 이겨내듯 그들도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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