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양도세가 샌다…거래가격 낮게 신고 세금 한푼 안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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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권을 팔 때 거래가를 낮게 신고해 양도소득세를 피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권을 팔 때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범위는 건당 2백50만원에 중개수수료 등 필요한 경비를 합친 금액이다.

그런데 일부 인기지역 아파트의 경우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서도 거래가는 2백50만원 이내에서 신고해 양도세를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거래된 서울 행당동 H아파트 43평형의 경우 매매계약서에 분양가(2억8천만원)에 2백만원을 얹은 2억8천2백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검인계약을 받아 양도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부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3천5백만원선으로 실거래 금액을 신고했다면 양도세 면제액(2백50만원+법정 중개수수료 등 최대 5백만원)을 빼고도 1천3백여만원(양도차익의 40%+주민세 4%)의 세금을 내야 한다.

금호동 S아파트 23평형도 1억4천만원에 매매된 것으로 성동구청에 신고됐다.

현재 프리미엄은 8백만원선인데 분양가(1억3천8백만원)보다 2백만원만 더 받은 것으로 검인계약을 받았다.

이같은 프리미엄 축소 신고는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일대 중.대형 아파트 거래에서 더욱 심했다.

1998년 11월에 분양된 LG 2차 아파트 49평형은 4백만원의 프리미엄이 얹어져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2억5천1백여만원(중간층 기준)인데 현재 3천만~6천만원씩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80~90평형짜리는 웃돈이 7천만~8천만원 붙었는데 대부분 5백만원 정도만 더 받고 판 것으로 신고하고 있다" 며 "떴다방 등 일부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고 전했다.

본지가 지난해 용인 수지에서 나온 중.대형 아파트 중 4천여가구를 대상으로 분양권 전매현황을 조사한 결과 1천7백여가구가 계약 이후 주인이 바뀌었다.

여러 차례 전매된 아파트도 있었다. 이 일대 대부분 아파트에 수천만원씩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에서만 수백억원의 세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성동세무서 조사과 관계자는 "분양권 매매 때 대부분 양도세 면제기준 이하의 금액으로 신고하고 있으나 거래내역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 면서 "앞으로 금융거래 내역 등을 조사하는 방식의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매매 당사자들이 현금으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 자금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솔회계법인의 조혜규 공인회계사는 "현 법규로는 탈세를 막기 어려우므로 양도세 부과기준을 실제 거래가액으로 바꿔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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