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해킹 서버 이용료 낸 30대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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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찰이 추가로 확보한 20대 여성 용의자의 모습. 지난 8일 기업은행 용산지점 CCTV에 찍힌 것이다.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해킹에 이용된 국내 경유 서버 이용료를 결제한 학원강사 A씨(33)를 12일 붙잡아 조사했다.

 경찰은 A씨가 “지난 2월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의 부탁을 받고 한 달 서버 이용료 6600원을 휴대전화로 대신 결제해줬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A씨가 대신 결제해준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해킹과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해커들이 두 번의 해킹 과정에서 한 번은 필리핀에서 현대캐피탈 서버를 직접 공격했고, 다른 한 번은 A씨 등 두 명이 이용료를 낸 서울 구로구의 경유 서버를 거쳐 해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지난 8일 농협 구로지점 현금인출기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남성이 외환은행 마포지점 등 다른 은행 세 곳에서도 돈을 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같은 날 기업은행 용산지점에서 돈을 인출한 20대 후반의 여성이 찍힌 영상을 확보해 신원 확인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서버 이용료 결제자와 인출자는 주범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우선 이들을 붙잡아 윗선을 추적해가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해커들이 현대캐피탈에서 입금한 1억원 가운데 4200만원을 인출했고 이 가운데 590만원은 필리핀에서 체크카드를 통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킹 발신지로 추정되는 케손시티와 돈을 인출한 파시그시티 사이의 거리는 10㎞ 안쪽으로 멀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지 주재관과 인터폴 공조를 통해 현지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범인들이 해외에서 해킹을 시도한 점, 해킹으로 빼낸 정보를 외국 e-메일 계정에 올린 뒤 현대캐피탈 측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협박한 점 등이 과거 사건과 유사하다고 보고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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