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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세차장 이어 중국집·스튜디오도 ‘셀프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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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시민 장영방(35·서북구 성정동)씨는 고물가 시대에 ‘셀프’를 실천해 돈을 아껴보자고 마음 먹었다. 7살 딸과 1살 된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장씨는 늘어가는 생활비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학교에 입학할 큰 딸의 사교육비는 늘어가고 설상가상으로 둘째의 돌잔치 등 돈 쓸 때가 왜 그리 많은지… 천안시민이자 두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직장인 장씨의 절약 습관을 들여다 보자.

최근 높은 물가를 이겨내기 위해 ‘셀프’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셀프 주유소에서 장씨가 주유를 하고 있는 모습. [조영회 기자]

에너지 절약 스스로 실천하는 습관부터

주말을 앞둔 금요일 아침.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친 장씨는 텔레비전부터 틀지 않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언젠가부터 아침 뉴스 등을 통해 각종 생활 정보를 얻어보겠다는 의지로 텔레비전을 습관적으로 틀어놨었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텔레비전 하루 시청시간을 2시간 줄이면 매일 80W의 전력 소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1KWh의 전기료를 100원이라 가정하면, 1년 동안 실천하면 5840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

 이제 장씨는 텔레비전 대신 라디오를 틀어놓고 출근 준비를 한다. “계산해 보면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야 큰 것을 얻을 수 있죠.”

 출근 준비를 마치고 운전대를 잡은 장씨는 가벼운 마음만큼이나 가벼워진 차를 보고는 뿌듯해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외근이 잦은 장씨의 업무 특성상 자가용은 없어선 안될 존재다.

 그 대신 지난 주 각종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던 자동차 트렁크와 조수석 등을 깨끗하게 비웠다. 자동차 중량이 10㎏ 늘면 50㎞ 주행 시 기름 80㏄가 더 든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연간 예상 절감액은 3만5000원. 급 출발 습관도 버렸다. 2000㏄ 승용차의 경우 급 출발 10회당 100㏄의 기름을 필요로 한다는 것도 자동차 전문가들의 부연 설명이다.

 “‘셀프’ 라는 의미가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나 스스로 에너지 절약을 하는 것도 셀프가 아닐까요?”

좀 더 싼 곳을 찾아서

회사로 향하는 장씨의 차가 멈춰 선다. 출근길에 위치한 ‘셀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서다.

 11일 한국석유공사의 가격비교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천안·아산 주요지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무연 보통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1900원을 넘어서며 운전자들의 한숨을 깊게 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각 정유사가 ℓ당 50원 가량의 할인정책을 내놓는 다고 하지만 기름값 부담은 크게 줄어들진 않을 전망이다.

 이에 직접 기름을 넣어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셀프주유소를 찾는 운전자가 늘어나고 있다. 장씨도 여기에 동참했다.

 다른 주유소보다 평균 5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과 주유 할인 카드 이용시 40~100원 정도를 더 할인 받을 수 있으니 일석 이조의 효과다.

 기름을 넣는 동안 주유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자판기 커피 한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예전에는 주유기의 조작법도 몰라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주유를 했어요. 할인카드도 매번 제시하기 귀찮아 그냥 넘어간 적도 많았죠.”

가격은 반값, 맛은 두 배 

회사에 도착해 업무에 열중한 장씨는 오전일과가 끝난 줄도 몰랐다. “자장면이나 한 그릇 먹으러 가죠.”하는 직장 동료의 얘기를 듣고서야 점심시간이 온 줄 알았다.

 직장동료 2명과 발걸음을 내딛은 곳은 회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셀프 중국집’. 12시 ‘땡’하고 나왔지만, 벌써부터 끼니를 해결하러 온 손님들로 가게는 북새통을 이뤘다.

 카운터에서 자장면 3그릇을 주문하니, ‘셀프’라는 문구가 보인다. 물과 단무지, 김치를 먹을 만큼 적당히 그릇에 퍼오고, 수저를 셋팅하니 금새 짜장면이 나왔다.

 금방 나온 자장면을 자신들의 식탁으로 가져와서야 본격적인 점심식사가 시작된다.

수다를 떨며 한 그릇을 비우고, 빈 그릇을 치운 뒤 계산을 하자 7500원이 나왔다. 1인당 2500원, 보통 중국집의 자장면 보다 50% 저렴한 가격이다.

 “시간이 좀 남았는데 음료수 한잔 하고 들어가죠”

 장씨의 제안에 수긍한 듯 모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1인당 500~1000원 가량 하는 음료수도 편의점 포인트 카드를 내밀자 10% 적립을 해준다. 벌써 장씨의 카드에는 2500점의 포인트가 쌓여 있다.

 “예전에는 포인트 카드를 들고 다니는 남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내가 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돈을 쓰지 않아요”라며 뿌듯해 했다.



‘스튜디오’도 알뜰하게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는 토요일. 강씨는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일주일에 피로를 풀어야 하지만 이번 주말은 할 일이 태산이다.

 내일이 바로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1년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처럼 성대한 잔치는 못해 주더라도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할 생각이다.

 장씨는 아침 나절부터 차를 끌고 셀프 세차장으로 향한다. 승용차는 장씨의 고단함을 표현 하듯 지저분한 모습이다. 겉 모습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들을 차에 태우기 위해서는 차 속까지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그가 세차장에서 내부 청소까지 완료한 뒤 계산한 금액은 6500원 정도.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일반 손 세차를 맡겼다면 가격은 1만원에서 1만2000원 정도. 약 40% 정도를 싸게 한 셈이다.

 세차를 마친 장씨는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아기 사진을 위해 정 스튜디오로 향한다.

 천안 서북구 두정동에 위치한 정 스튜디오는 천안에서 유일하게 있는 ‘셀프 스튜디오’다. 장씨는 이곳을 사용하기 위해 한달 전에 미리 예약을 잡아뒀다.

 돌 사진을 찍어 앨범으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스튜디오에 따라 보통 50만~150만원이 든다. 갓 태어났을 때부터 돌까지의 사진을 ‘성장앨범’으로 만들면 200만~300만원까지도 소요된다. 정 스튜디오는 돌 사진에 필요한 각종 소품 및 배경을 갖춰놓고 1시간에 2만~4만원의 비용을 받고 대여해주는 스튜디오다. 원하면 카메라도 빌려준다. 총 소요 비용은 30만원 정도가 들었다.

 스튜디오 정창환 대표는 “처음 생겼을 때만 하더라도 사진 찍기에 자신이 없고 소품관리 등이 귀찮아 이용객들이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 한달 전에 예약을 잡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에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장씨는 “고물가 시대에 몸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 생활비를 아끼는 것 자체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라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른 시민들도 스스로 절약하는 습관을 익혀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라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장씨의 ‘셀프’ 습관을 본보기 삼아 작은 것부터 하나씩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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