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역사 자긍심 키울 내용 담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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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필수’ 공청회가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 주최로 11일 과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열렸다. [김상선 기자]


‘한국사 필수’를 주제로 한 첫 공청회가 11일 오후 2시 경기도 과천시 국사편찬위원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역사교육과정개발 추진위원회(위원장 이배용, 이하 역사추진위)가 주최했다. 역사추진위는 한국사 필수의 방식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올 2월 정부 공식기구로 발족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사,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중앙일보 신년 어젠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발제자·토론자는 물론 방청석에 앉은 이들까지 한국사 필수의 방향으로 역사교육을 강화하자는 대전제 자체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는 없었다.

 ◆“역사를 독립과목으로”=올해부터 고등학교에서 3년간 국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다. 2009년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2011년은 고교에서 한국사가 실종되는 원년이 됐다. ‘한국사를 필수로 하자’는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지난해까지는 고교 1년에서 한국사를 필수로 배웠다.

 이날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되돌려놓기 위한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제기됐다. 양호환 서울대 교수는 “국·영·수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행 교육체제에서 수업시간을 조금 늘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며 “역사를 국·영·수 과목처럼 별도 과목으로 독립시키자”고 제안했다.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수능시험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능시험의 독립 영역으로 분리해야 한국사 필수가 실제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제안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진동 연구원은 “국사 과목을 학생들의 자유선택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대학의 입학전형과 연동시키지 않으면 한국사 필수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내용이다=한국사 교과 내용에 대한 검토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명암을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게 담아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황인성 기획조정실장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강조했다. 그는 “역사 인식이 올바르지 않으면 역사를 부정하고, 역사를 단절시키며, 민족과 국민을 분열시키는 길로 이어진다”며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는 “내가 역사 전공자는 아니지만 ‘한국사 필수’에 공감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대입 수능과 연계해 국사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역사의 긍지, 우리 국가의 정통성, 우리가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것을 부각시키는 역사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역사추진위 이배용 위원장은 “전공이 다른 역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사 필수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이뤄진 것 같다”며 “앞으로 국사 교과서에 어떤 내용을 채워갈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배영대·정원엽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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