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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자녀 나이별 교육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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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이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항상 고민이 많다. 한글 교육은 어떻게 시키면 좋은지, 유치원에는 언제부터 보내면 좋은지 어리광은 언제까지 받아줘야 하는지 선택하기 어려워서다. 우리 아이 나이에 맞는 교육법은 뭘까. 한국유아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이정욱 교수와 맘스쿨 한글지도사 김미경 전임강사가 정영은(37·여·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이영주(38·여·서울시 금호동)씨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한글 익히기

이영주(이하 영): 둘째 범서가 3살이다. 한글을 너무 일찍 가르칠 생각은 없지만, 주위 엄마들의 자녀가 한글을 다 익혔다고 자랑하면 괜히 불안해진다.

이정욱(이하 이): 이론적으로 아이가 한글에 관심을 가지는 나이가 보통 6~7세다. 아직 불안할 때는 아니다. 글씨를 쓰려면 소근육이 발달해야 하는데, 발달 정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악력이 약해 글씨를 잘못 쓰는 아이를 다그치면 쓰기 자체에 흥미를 잃기 쉽다. 읽기·쓰기보다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책을 줄줄 읽는 아들에게 무슨 뜻인지 설명하라고 물으면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미경(이하 김): 엄마라는 말을 하기 위해 2000~3000번 들어야 하는 것처럼 읽기·쓰기도 마찬가지다. 가나다라를 익히는데 힘을 쏟기보다 음성으로 아이의 어휘력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부모가 가진 배경지식을 아이에게 전달하면 어휘력뿐 아니라 사고력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한글에 흥미를 갖지 못하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봐야 한다. 색연필이나 사인펜으로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하얀 도화지에 하얀 크레파스로 글씨 쓴뒤 물감으로 색을 칠하면 아이가 재밌게 배울 수 있다.
 
유치원 보내기

정영은(이하 정): 딸 희수가 3살인데 아직 유치원에 안 보냈다. 외동인데 안 보내도 괜찮은 건지, 나중에 유치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김: 워킹맘이 아니면 5살 때 보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5살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지도하는 데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취학 전 2년 간 유치원을 다녀도 충분하다. 또래관계나 적응이 문제라면 이웃이나 친구의 아이들과 함께 놀거나 배우면서 사회성을 키워나가면 된다. 특히 외동은 부모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자라 실패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또래 아이들과의 싸움에서 지는 경험을 통해마음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

이: 처음에 분리불안을 느껴 울거나 유치원을 안 다닌다고 떼쓰는 경우가 많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부족할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때 “엄마 여기 있을거야”라거나 “엄마는 유치원이 끝날 때 반드시 올거야”라는 말로 아이를 안정시키고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영아기 때 부모와 정서적으로 교감을 많이 나눈 아이는 유치원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 유치원에 다니기 전까지 아이와 자주 대화하고 스킨십으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태도 교정

영: 관심 받으려는 행동을 어디까지 받아줘야 할 지 의문이다. 큰 아이와 얘기할 때 둘째 범서가 소외된다고 느끼는지 가끔 어깨를 주먹으로 치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다. “너도 엄마랑 얘기하고 싶구나”라고 우선 공감해주고 “그래도 지금은 형이랑 얘기 중이니 넌 기다려야 한다”고 타일러야 한다. 첫째와 있는 시간, 둘째와 있는 시간을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 정해놓은 선을 일관되게 지켜야 한다. 아이가 울기 때문에, 손으로 어깨를 치기 때문에 원하는 바를 들어줘서는 안 된다. 부모가 일관된 행동을 해야지 아이도 규칙이나 약속을 중요하게 여긴다.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랄수록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모가 아이들의 생활에 깊숙이 참여하면 아이들이 마마보이로 클 가능성도 있다.

영: 아이가 보상심리를 이용한다. 아침에 사탕 안 사주면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김: 보상에 대해서는 반대다. “책 한 권 읽으면 사탕 하나 사줄게”라고 하면 아이는 책한 권을 읽는 것이 엄마를 위한 일이라고 착각한다. 본인에게 이로운 일을 유도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생각은 못 하기 때문이다. 보상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이 일은 너를 위한 일이고, 엄마에게는 아무 이득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를 달래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사탕을 사주면 아이는 언제든 부모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럴 때는 단호하게 “안 가면 손해 보는 사람은 너”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이: 보상 자체가 동기유발이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보상을 위한 행동이 돼서는 안 된다. 보상을 사용할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책 읽으면 사탕 줄게”라는 보상을 할 경우 아이는 책을 읽어서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보다 사탕을 얻는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정영은(왼쪽)씨가 딸 김희수(3)양에게 종이 접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이정욱 교수는 “연령에 맞는 교육이 아이의 흥미를 유발한다”고 조언했다.

<전민희 skymin1710@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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