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과학자의 말, 믿어주십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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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명철
서울대 의대 교수
한국동위원소협회 회장

일본에서는 규모 7.0이 넘는 지진이 다시 발생하는 등 쓰나미 후폭풍을 아직까지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방사능 비다, 전국 방사능 대기오염이다, 일본산 먹을거리에서 방사능 검출이다 하면서 어린이·성인·지식인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막연한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경기도 일대 100여 개 학교는 방사능 비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휴교하도록 했다. 무엇이 우리 학생들 소풍을 막고, 학교 휴교령까지 내릴 지경에 이르게 하였고, 정수장에서는 빗물 유입 방지 덮개까지 하는 해프닝까지 일으키면서 국민을 방사능 공포에 떨게 만들었는가. 이제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처해야 할 시기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이후 원자력 및 방사선 관련 단체가 일본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선의 영향에 대한 소견을 내놓았다. 물론 그 내용은 우리나라는 방사선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니 국민들은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다. 예컨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매일 우리 국토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국민들에게 실시간 알려주고 있다. 이는 아주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다. 여기에서 검출된 양(量)을 토대로 이 분야 과학전문가들이 방사능 유해 여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 어느 정도까지 방사능이 검출돼야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련, 국내 규정치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규정치와도 비교해 발표하는 것이다.

 물론 방사선·방사능에 대해 일반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아무리 안전하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의 잠재적인 의식 속에는 원자폭탄과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에서 연상되는 공포가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이나 인터넷·트위터 등에서 잘못된 괴담이나, 해석 여부에 따라선 국민들이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자극적인 내용을 전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따라서 정부는 언론과 관련 전문기관들과 협력해 제대로 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일본과는 핫 채널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정보를 숨긴다는 인상을 남기면 안 된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이해하기 쉽고, 체감할 수 있도록 공개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국민들도 우리나라 과학자의 말을 믿어주길 바란다. 과거 광우병 사태 당시 과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일부 언론 보도, 촛불시위 등 감정적인 대응이 만연했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작년에 UAE 원전수출로 환호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왜 원자력을 우리나라 미래의 신수종 사업 분야로 선정하고 추진했는가를 말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존자원이 부족한 국가로서 원자력이 전력생산의 31.2%(2010년 6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은 안전성이 100% 보장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전력원으로 볼 수 있다. 원자력 수출로 국가 경제에 몇십억 달러 아니 몇백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믿고 모든 국민이 마음속으로 응원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대처한다면 원자력은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를 열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한순간에 우리의 원전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거꾸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원자력 및 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정보, 장점과 단점 모두를 국민에게 이해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후속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사태가 마무리 된 후에 이를 교훈 삼아 차후 원자력 발전과 방사선 이용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도 좋은 시점에 제대로 된 정책 결정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명철 서울대 의대 교수 한국동위원소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