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9보(87~98)=백△로 붙이면서 바둑은 점점 백의 페이스로 흘러가고 있다. 아래쪽 대마가 못 살았으니 이세돌 9단이 제아무리 철심장이라도 이 돌을 움직이진 못할 것이다. 그래서 87, 89로 두자 구리 9단은 이번엔 90으로 응수를 묻는다.
대마가 미묘하다. 백이 A에 두면 한 집도 없지만 흑이 A에 두면 바로 두 집이 난다. 하니 눈 딱 감고 A로 두어 살면 안 되는 걸까. 이세돌 9단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곳을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마가 죽지 않는다면 그곳은 단 두 집 끝내기니까. 백의 구리도 그곳은 두기 싫다. 잡지 못한다면 역시 두 집 내기 한 셈이 된다. 한데 90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은근한 협박(?)을 담고 있다. 90은 집으로는 손해수. 이런 손해를 먼저 본다는 것은 모종의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즉 흑이 ‘참고도’ 1로 받는다면 백은 2의 자리를 두겠다는 얘기다. 3엔 4의 포위. 꽤 위험해 보인다. 대마는 물론 살지도 모른다. 하나 백 B나 C도 선수라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세돌은 91로 타협했고 구리는 즉각 92로 돌파했다. 백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93, 95로 귀만 살자는 것도 96의 치중으로 거부당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