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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기술 공유하겠다” CEO 저커버그 ‘통 큰’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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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미국 팰로앨토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서 ‘오픈 컴퓨트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한정돼 있던 오픈(정보 공개) 정책을 하드웨어까지 넓힌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을 공개·공유하는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개발한 기술을 다른 기업들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그 첫 단계로 이날 미국 오리건주 프라인빌에 세워질 예정인 새 데이터센터의 상세 설계 기술을 공개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 기업의 핵심 시설이다. 서버와 네트워크 등 인터넷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장소다. 그래서 구글·야후 등은 관련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설계도와 기술을 공개한 다음에는 여러 기업·사람들과 함께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새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인텔·hp·스카이프·징가 등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과 공동작업을 했다. 이날 공개한 페이스북의 새 데이터센터는 외부의 찬 공기를 이용해 서버 컴퓨터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도입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새 데이터센터에 대해 “(업계 평균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38%나 높고, 운영비용을 24%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의 데이터센터들은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는 서버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별도의 에어컨을 가동시켜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전력을 소모해 ‘전기 먹는 하마’라고도 불렸다. 게다가 인터넷 기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면서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주범으로도 지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을 통해 e-메일이나 사진을 주고받을 때나 스마트폰 문자로 대화를 나눌 때 오가는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곳. 세계 5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에서 오가는 사진·동영상 등의 콘텐트는 월 300억 개가 넘는다. 시간이 갈수록 콘텐트 양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데이터센터와 서버를 계속 늘려왔다. 애플·구글·아마존 등 다른 인터넷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현재 미국 전체 전력 소모에서 데이터센터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5%에서 5년 뒤에는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에 페이스북이 효율이 높은 데이터센터 기술을 전격 공개한 것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구글이나 아마존 등 거대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서 ‘누가 가장 큰 서버를 갖췄는지’에 대한 경쟁뿐 아니라 ‘누가 가장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센터를 갖췄는지’에 대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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