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데렐라는 비즈니스도 잘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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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결혼을 발표한 케이트 미들턴과 윌리엄 왕자. 미들턴이 입은 드레스 덕에 브라질 출신 디자이너 다니엘라 이사 헬라옐도 주목을 받게 됐다.

세기의 로맨스가 곧 완성된다. 2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열리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말이다. 경사를 앞둔 영국에선 왕실 커플과 관련한 모든 게 다 뉴스지만 가장 관심이 집중된 건 미들턴의 웨딩드레스다.

왕자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순간부터 카메라 세례를 받은 미들턴은 진작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걸치는 옷마다 품절되는 ‘완판녀’다. 지난해 11월 결혼 발표 때 입었던 ‘이사(ISSA)’의 399파운드짜리 파란 드레스가 그랬고, 대중 브랜드인 톱숍의 원피스든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든 입는 족족 팔려 나갔다. 이러니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누릴 영광은 말할 것도 없다. 왕실은 드레스만은 당일까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럴수록 추측은 무성하고 언론은 뜨거워졌다. 어쨌거나 지금까지는 알렉산더 매퀸의 수석 디자이너인 사라 버튼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그런데 대체 미들턴이 결혼식에서 뭘 입든 무슨 상관이라고 호들갑일까. 그가 패셔니스타라서, 평민이 미래의 왕비로 등극하는 역사적 순간이라서, 꿈과 환상을 대리만족시켜주니까. 다 맞지만 무엇보다 비즈니스 때문일 것이다.

카를라 브루니가 디오르·쇼메 등 프랑스 브랜드로 치장하고, 미셸 오바마가 마이클 코어스, 제이 크루의 옷을 입는 건 맘에 들어서만은 아니다. 브루니는 수퍼모델 포스로 프랑스 패션의 저력을 확인시켰고, 오바마 당선 후 1년간 미국 패션 산업이 누린 경제 효과는 27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미들턴이 입을 드레스가 비밀이면서도 영국 출신 디자이너, 최소한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만들 것이라는 것만은 공공연한 것도 이런 이유다.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스타일 에디터 바네사 프리드먼은 “미들턴이 어떤 드레스를 입더라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드레스 선택은) 정치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전 세계에서 20억 명이 결혼식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언론은 미들턴을 ‘포스트 다이애나’라며 반긴다. 대중에게 호감을 주는 그가 만인의 연인이었던 다이애나를 떠오르게 한다는 건데, 사실 미들턴의 역할은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미들턴에 대한 열광은 노쇠한 왕실만이 아니라 침체된 경제에도 활기를 줬으면 하는 기대에서 비롯됐을 거다. 미들턴은 영국이 낳은 브랜드를 남겨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21세기 신데렐라는 비즈니스도 잘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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